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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73세, 63세, 58세…화마가 덮친 '고시원 현실'

쪽방서 고단한 몸 누이던 일용직, 새벽녘 화마에 당했다 / 3층 출입구 인근 방 전열기서 불붙어 / 창문 없는 방 거주민 미처 대피 못해 / 사망자 7명 중 6명이 50∼70대 고령 / 2015년 스프링클러 설치 추진했다 / 건물주 거부로 무산… “인재” 지적 / 10일 합동감식… 방화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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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9 19:07:43      수정 : 2018-11-09 22:23:47
9일 18명의 사상자를 낸 고시원 참사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린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전열기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건 쪽방과 다름없는 고시원의 열악한 난방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지옥고’에서 되풀이되는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참사 현장 9일 새벽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 옥상에서 경찰과 소방공무원들이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감식작업을 벌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화재 당시 건물에 화염에 휩싸인 장면.
하상윤 기자·연합뉴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고시원서 살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은 새벽녘 화마가 집어삼킨 흔적이 역력했다. 화재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3층은 창문이 모두 깨져 있었고, 흰색 타일로 이뤄진 외벽은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국일고시원’이라고 적혀 있을 간판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외벽에 매달려 있었다. 고시원 방이 촘촘하게 붙어 있던 내부는 앙상한 철골만 남아 있었다.

화재가 3층을 중심으로 발생하면서 1층 상가와 주변 도로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다. 주변 상인들은 고단한 하루를 보낸 일용직 근로자들이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시원 2층에 살던 김모(60)씨는 “불 때문에 나오질 못하니까 창문에 매달려 나오려는 사람도 많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창문이 없는 중앙 호실은 출입문으로만 나갈 수 있는데 불이 거세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부상자 정모(62)씨는 “부산에 가족을 두고 올라와 여기서 산 지만 6∼7년 됐다”며 “여기는 나이 많은 사람 위주로 있는데 다들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여기(고시원)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상자 정모(40)씨도 “고시원 내 다른 거주자를 잘 알지 못하는데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라는 것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하상윤 기자
◆방화·대피 장치 전혀 작동 안 해

국일고시원은 사실상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불을 끌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비상벨은 울리지 않았다. 고시원 거주자들은 급하게 대피하는 과정에서 서로 구조할 여유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구조된 후 병원으로 옮겨진 17명 가운데 7명이 심폐소생술(CPR)을 받을 만큼 상태가 위중했다.

사망자는 이날 오후 늦게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78세, 72세, 62세, 57세, 55세, 53세, 35세 남성들이다. 몇몇 사망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시신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지문 확인이 어렵거나 신분증이 없어 신원확인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과 단절된 채 살아온 이들이 많아 유족과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생존자들은 “혼자 3층에서 파이프(배관)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5시 조금 전에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을 떴다가 밖에서 ‘우당탕’ 소리를 들었다”, “이미 복도 쪽은 문이 벌겋게 달아올라 겁이 나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건물주 반대에 스프링클러 설치사업 무산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해 ‘인재’(人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2015년 국일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 했으나 건물주의 거부로 무산된 사실이 주목된다. 서울시는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주는 대신 고시원 운영자에게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게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국일고시원은 이런 조건을 수용해 서울시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신청했고 서울시도 사업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고시원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건물주가 왜 동의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0일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망자들에 대해서는 부검영장을 신청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방화 가능성이 작아 보이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넓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수·권구성·김주영·김청윤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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