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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웹툰 밤토끼 사라졌지만…” 링크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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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6 06:00:00 수정 : 2018-11-05 18: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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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불법사이트와 전쟁①] ‘밤토끼’ 운영자 검거 그 후 “밤토끼 잡히고 축제 분위기였죠. 2~3일뿐이었지만….”

만화 ‘베리타스’, 웹툰 ‘액션아이돌’의 김동훈 작가는 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5월 불법 웹툰사이트인 ‘밤토끼’ 운영자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인기웹툰 ‘외모지상주의’ 박태준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출처=페이스북
밤토끼 운영자가 잡힌 뒤 작가들은 열악한 웹툰 환경이 조금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고 한다. 당시 인기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박태준 작가가 페이스북에 “글로벌적으로 선점중인 웹툰 산업이 불법 사이트로 인하여 침몰하고 있다”며 운영자를 검거한 경찰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웹툰을 전할 정도였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김 작가는 “수익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수익 회복세가 있었던 분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순간이었고 (밤토끼) 검거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창작물 업계가 불법사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최대 불법 웹툰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가 구속됐지만 이후 새로운 웹툰, 웹소설, 방송 등 저작물을 무단으로 유통하는 사이트들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밤토끼 검거됐지만 수익 70% 줄어...작가들 “도둑질 당하는 심정”

김 작가를 비롯한 52명이 불법웹툰사이트에 대한 피해를 조사한 결과 밤토끼가 검거됐음에도 보통 30% 수입이 줄었고 많게는 50~70%의 수익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웹툰의 대장 격이 잡혔지만 이후 다른 불법 웹툰 사이트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그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김 작가가 밤토끼 검거 이후 조사한 ‘피해 작가 사례’에서 한 웹툰 작가는 “혼자 일주일 밤새 60~100컷을 만들어 올렸더니 한두 시간 있다 불법사이트에 올라오더라”며 “성취감을 느낄 수도 없고 작가라는 삶의 부분이 먹혀나가는, 도둑질 당하는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김 작가는 “현 상황이 15년 전 대여점 불법스캔으로 출판만화계가 무너진 시대와 비슷하다”며 “작품의 반응이 좋아지고 있는데 되레 수입은 안 좋아져 작가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법웹툰사이트 캡처
◆링크 타고 또다시 등장한 불법 사이트들

이처럼 불법사이트의 풍선효과가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 사이트 대부분이 링크형식 사이트기 때문이다.

이들은 불법사이트, 웹하드, 스트리밍 사이트 등 불법 업로드된 콘텐츠를 찾아 연결해 수익을 창출한다. 단순히 링크만 하다 보니 사이트를 만드는 것부터 운영까지 수월하지만 높은 트래픽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조다. 또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계정을 두고 있어 직접 제재가 쉽지 않고 불법 업로더가 아닌 링크 사이트들이라 제대로 된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방송, 영화 등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링크사이트들은 최근 웹툰, 웹소설 등 다른 유형의 저작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저작권보호원의 ‘링크사이트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국내외 대응 현황’ 토론문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확인된 불법 링크사이트는 총 203개, 불법 링크앱은 81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과 웹소설을 직접 담거나 소개하는 링크 사이트도 포털 사이트에 11월 기준 수십건이 검색되는 상황이다. 이들 사이트는 유명 불법사이트의 웹툰, 소설 게시판을 링크하는 방식으로 성행하고 있었다.

링크만 올리다보니 사이트 제재를 피해가기도 쉽다. 지난 5월 문체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이 합동으로 기존 URL(인터넷 주소) 차단으로 막을 수 없었던 불법 ‘HTTPS’ 사이트 접속을 막는 DNS(도메인네임시스템) 차단을 발표했지만, 이들 사이트는 불법 저작물이 담긴 링크만을 가져와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 불법영상 링크 사이트들은 임베디드(직접재생 링크) 방식을 활용해 링크조차 클릭할 필요가 없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불법 웹툰-도박-성인사이트” 불법이 불법 낳는 광고 카르텔

이들이 불법 콘텐츠를 올려 얻는 사이트 트래픽 규모는 상당하다. 대표적인 불법 웹툰사이트인 밤토끼의 경우 월 3500만여명이 사이트를 방문했다. 국내 전체 사이트의 트래픽 20위안에 드는 높은 수치다. 트래픽분석 사이트인 ‘similarweb’에 따르면 만화단행본 이미지가 담긴 링크를 올리는 M사이트의 경우 올 9월 기준 4540만명이 방문했다. 같은 달 국내 사이트 트래픽 20위를 차지했다. 다수의 방송링크를 올리는 불법 다시보기 사이트들도 월 10만명 수준의 방문객을 이끌고 있었다.

불법 링크 사이트들은 일종의 불법 광고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다. 예컨대 불법 웹툰이 올라온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 불법 개인방송, 성인사이트 등을 서로 광고하고 연결하는 식이다. 배너광고는 사이트의 트래픽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잘 알려진 사이트의 경우 월 수천만원까지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웹툰사이트 밤토끼는 불법광고로 2년간 9억5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대부분 불법 사이트들은 해외에 사업자를 내고 있고 광고대행사도 해외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국내 불법광고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

◆모호한 법적기준 “링크 행위는 규제대상? 아닌가?”

불법 링크사이트는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지만 규제와 처벌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법상 링크를 올리는 행위만으로는 저작권에 대한 직접침해행위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9년, 2010년, 2015년 등 수차례 불법 링크사이트를 둘러싼 판결에서 “인터넷 링크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등의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위치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해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를 클릭해 직접 연결된다 하더라도 링크 행위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저작권 방조혐의에 대해서도 링크 행위가 저작권 침해 자체를 용이하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다만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영상을 임베디드 링크한 불법링크사이트에 대해 민사상 방조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도 링크행위의 저작권침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이철남 충남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지난달 29일 서울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열린 ‘저작권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국내 링크전문 사이트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학자들 사이에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지만 법적 규제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만화가협회 소속 만화가와 웹툰 작가들이 지난 5월 웹툰 불법 게시 사이트 운영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 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훈 기자
◆ 불법 사이트 신속한 차단도 이뤄져야

불법 사이트 신고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통신망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보호원에 신고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통과 후 최종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게 해당 사이트의 차단을 요구하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만 2~3개월이 걸리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김정재(자유한국당) 등 국회의원 10인은 ‘저작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제재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1년넘게 계류 중이다. 웹툰작가들은 지난 3일 직접 나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저작권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만화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은 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밤토끼가 징역 2년형을 받은 건 업계에서는 처벌 강도가 가장 센 사례임에도 비슷한 사이트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밤토끼 수사에만 5~6개월이 걸렸는데 법 개정을 통해서 사이트 자체를 빠르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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