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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호주 최고의 와인메이커가 빚는 ‘차도남’ 쉬라즈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11-04 09:36:38 수정 : 2018-11-04 09: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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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쉬라즈는 보통 진하고 잼 풍미가 강한 ‘짐승남’/ 150년 역사 바로사밸리 터줏대감 그랜트 버지는 ‘차도남’ / 올해의 와인메이커 상 받은 크렉 스텐스보루 방한 인터뷰  
한국을 찾은 그랜트 버지 와인메이커 크렉 스텐스보루(Craig Stansborough). 최현태 기자
한모금만 마셔도 격투기 선수같은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성을 떠올리게 하는 와인이 있답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 쉬라즈(Shiraz)에요. 풍미가 강하고 진한 잼같은 와인들이 많죠. 대표 산지는 ‘호주의 나파밸리’로 불리는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랍니다. 호주 와인의 역사는 시드니와 가까운 뉴사우스웰즈에서 시작됩니다.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만든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에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 이곳에서 와인산업이 발달합니다. 하지만 뉴사우스웰즈는 아열대 기후로 습도가 높고 너무 더워 와인 재배지로는 적합한 곳은 아닙니다. 때문에 와인 생산자들은 더 서늘한 기후를 찾아 남쪽 빅토리아로 내려갔는데 그만 포도나무 뿌리를 병들게 하는 필록세라가 덮치면서 와인산업이 황폐화됩니다. 필록세라를 피해서 생산자들이 정착한 곳이 빅토리아 왼쪽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랍니다. 바로 여기에 호주를 대표하는 바로사 밸리, 쿠나와라(Coonawarra), 애들레이드 힐스(Adelaide Hills) 등 유명 산지들이 모두 모여있습니다.

바로사밸리 위치
호주의 많은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쉬라즈를 재배하지만 유독 바로사 밸리가 유명한 것은 포도나무의 뿌리를 감염시켜 죽게 만드는 필록세라를 피한 올드바인들이 많이 남아있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힘차고 묵직한 쉬라즈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수령 100년을 넘은 포도나무들이 즐비한데 75년이상은 서바이브(survive), 100~125년된 포도나무는 엔시스터(ancestor·조상)로 불린다는 군요. 어린 포도나무는 매해 포도가 익는 정도가 들쑥날쑥하지만 이런 올드바인들은 한결같은 완숙도를 보여줘 생산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포도나무들이죠. 더구나 올드바인 포도는 극도로 농축돼 깊이감있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답니다. 

메샥 버지(Meshach Burge)
그랜트 버지(Grant Burge)
그랜트 버지(Grant Burge)는 150년 넘게 와인을 빚고 있는 바로사 밸리의 터줏대감이랍니다. 1855년 바로사 밸리로 이주한 영국 출신 존 버지(John Burge)의 후손 메샥 버지(Meshach Burge)가 1865년 첫번째 와인을 선보였고 1988년 5세대인 그랜트 버지가 그의 아내 헬렌(Helen)과 함께 그랜트 버지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바로사 밸리의 고급 쉬라즈를 주도하게 됩니다. 특히 와인메이커 크렉 스텐스보루(Craig Stansborough)가 1993년 합류했는 그는 2006년 호주 최고의 와인메이커(Winemaker of the Year at the Barons of the Barossa)로 선정될 정도로 뛰어나 양조 솜씨를 발휘합니다. 

그랜트 버지 필셀 쉬라즈
그랜트 버지는 바로사 밸리에서도 좀 더 서늘한 남부에 포도밭이 있는데 진하고 강한 쉬라즈와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마치 엣지있게 선이 흐르는 슈트를 잘 차려입은 세련된 ‘차도남’ 같아요. 필셀 쉬라즈(Filsell Shiraz)가 대표 와인중 하나입니다. 1920년에 조성된 필셀 빈야드는 바로사 밸리에서 최고의 포도밭으로 꼽히는 곳으로 그랜트 버지 플래그십 와인 메삭(Meshach)에도 이 곳의 포도가 사용됩니다. 코에서는 허브향이 폭발하는데 블루베리, 자두, 다크초콜릿, 모카, 바닐라, 커피향 등의 복합미가 매우 뛰어납니다. 탄닌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여운은 길게 이어지며 신선한 산도가 잘 뒷받침돼 우아하면서 엣지있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2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하고 안심이나 천천히 익힌 소볼살 등 리치한 소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크렉 스텐스보루(Craig Stansborough). 최현태 기자
그랜트 버지 와인은 에노테카 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와인메이커 크렉 스텐스보루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전형적인 바로사 쉬라즈 와인은 크고 단단하며 대체로 무겁고 짐승남같은 스타일이 많죠 . 기후때문이기도 하지만 로버트 파커가 그런 스타일에 높은 점수를 주는 영향도 컸었요. 하지만 요즘은 홀번치(송이째 압착)로 양조하고 프렌치 오크를 사용해 예전보다는 엘레강스한 스타일로 바뀌고 있는 추세랍니다. 전형적인 바로사 스타일을 피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말린 과일 냄사가 포도들은 발효할때 제외 시킵니다. 탄닌, 과일,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민트같은 허브를 잘 살리고 검고 붉은 신선한 과일향을 풍성하게 담는데 주력합니다”.

크렉 스텐스보루(Craig Stansborough)
많은 연구끝에 생산자들은 토양의 이해도를 높이고 와인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껍질때 담가 놓으면 맛과 향, 탄닌을 뽑아내는 스킨컨텍을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래 진행해요. 또 여러 효모를 같이 사용해 복합미를 높이고 향의 깊이를 더 만들어내는 신경을 많이 쓰죠. 특히 오크 사용에서 큰 변화가 있는데 전에는 100% 아메리카 오크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90% 정도가 프렌치 오크를 사용해 과일의 신선함을 잘 뽑아낸답니다”. 인터뷰 동영상 https://youtu.be/XAfilpsMUBc

그랜트 버지 피프쓰 제네레이션 바로사 쉬라즈
그랜트 버지 피프쓰 제네레이션 바로사 쉬라즈(Grant Burge 5th Generation Barossa Shiraz ) 2016은 12개월간 아메리칸 오크와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합니다. 아니스, 바닐라, 라즈베리, 블랙베리의 아로마가 풍성하며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느껴집니다. 여러 층으로 이뤄진 깊이 있는 풍미가 길게 지속됩니다. 

그랜트 버지 미암바 쉬라즈
그랜트 버지 미암바 쉬라즈(Grant Burge Miamba Shiraz) 2016은 바로사 남쪽 끝 미암바 빈야드에서 나온 포도를 사용합니다. 일부는 새 프렌치 오크와 아주 큰 유러피안 오크 혹스헤드에서 압착한 뒤 그대로 오크통에서 발효와 8개월을 숙성을 거칩니다. 이 와인과 탱크에서 발효한 와인을 블렌딩해 다시 오크에서 9개월동안 숙성합니다. 처음부터 오크에서 발효하면 오크향이 튀지않고 와인이 부드럽게 잘녹아들게 된답니다. 붉은 자두, 라즈베리, 블랙베리 과일향이 넘처나고 바닐라, 감초, 다크 초콜릿, 스파이시한 향이 부드러운 탄닌과 잘 어우러집니다. 7~15년 이상 숙성할 수 있습니다. 

그랜트 버지 더 홀리 트리니티
바로사 밸리에서는 쉬라즈뿐아니라 그르나쉬(Grenache)와 호주에서 마타로(Mataro)라고 불리는 무르베드르(Mourvedre)의 올드바인도 생존합니다. 바로사 밸리에서는 이 세 품종을 섞은 와인도 많이 생산되는데 각 품종 첫글자를 따 ‘GSM 스타일’이라고 하죠. 프랑스 론지방에서 시작해서 전세계에서 공식처럼 쓰이는 양조방식입니다.

그랜트 버지 더 홀리 트리니티(Grant Burge The Holy Trinity) 2013은 그르나슈 57%, 쉬라즈 30%, 무르베드르 13%를 섞었으며 2500ℓ 대형 푸드레 뱃과 500ℓ 프렌치 오크 펀천에서 18개월 숙성합니다. 50~120년 수령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합니다. 대형 푸드레처럼 크기가 큰 오크통을 사용하면 과실의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오크 숙성의 장점도 살릴 수 있습니다. 탄닌은 부드러워지고 아로마는 풍성해집니다. 플럼, 크리스마스 푸딩, 체리 리큐어의 달콤하면서도 스파이시한향에 딸기류와 과일 케이크, 흙냄새가 어우러지며 복합미가 느껴집니다. 

그랜트 버지코리턴 파크 카베르네 소비뇽
그랜트 버지는 바로사 남부 끝자락에서 카베르네 소비뇽도 재배합니다. 코리턴 파크 카베르네 소비뇽(Corryton park Cabernet Sauvignon)2012는 150년전에 조성된 코리턴 파크 빈야드 포도로 만듭니다. 포도밭은 바로사의 가장 높고 서늘한 지역으로 우아하면서도 농도와 복합성을 갖춘 최상급 카베르네 소비뇽이 생산됩니다. 블랙커런트, 타바코, 민트, 블랙베리, 체다치즈, 카시스, 플럼 등이 어우러지는 복합미를 보여줍니다. 10년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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