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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을 시작할 시간"…'포스트 메르켈' 촉각

입력 : 2018-10-30 19:57:03 수정 : 2018-10-30 22: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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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獨 총리,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다자주의 표방한 중도·온건 노선/ 자유 민주주의·자유 무역의 보루/ 지방선거 잇단 참패, 발표 앞당겨/ 난민정책 등 연정 내부 분열 심화/ 극우정부 증가로 EU 불안감 커져/‘미니 메르켈’ 카렌바워 등 물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이 독일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세계 정치지형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독일은 차기 총리감을 물색해야 하고, EU는 메르켈 총리가 견제해오던 극우 포퓰리즘 정부들을 제어할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할 상황에 부닥쳤다.

메르켈 총리는 29일(현지시간) 기민당 기자회견에서 2021년 9월까지인 이번 임기만 수행하고 차기 총선과 대표직 선출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장을 시작할 시간”이라며 대연정이 좋은 정치를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르민 라셰트(왼쪽부터), 옌스 슈판,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프레드리히 메르츠
메르켈 총리의 불출마 선언은 전날 치러진 헤센주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득표율이 이전 선거보다 11.3%포인트나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기민당뿐 아니라 2개 대연정 정당인 사회민주당과 기독사회당도 각각 헤센주 선거와 지난 14일 치러진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사실상 참패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한 달 전인 11월에 불출마 선언을 하려 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발표를 앞당겼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베를린 기독민주당 당사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독일 대연정의 몰락은 연정 내부 분열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대연정이 꾸려지기까지 6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데다가, 이마저도 난민정책과 인사문제 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특히 기사당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보수층 유권자 집결을 위해 난민 강경책을 밀어붙였지만, 메르켈 총리가 그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분열이 심화했다는 평가다.

유럽 및 미국 언론은 메르켈 총리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세계 정치 노선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메르켈리즘의 퇴조와 트럼피즘의 번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메르켈이 상징하던 민주주의 가치와 다자주의적 협력을 표방한 중도·온건 정치 노선이 퇴조하고, 각국에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 2016년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무역질서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메르켈이 부재하면 EU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기민당이 메르켈 총리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퇴진하라고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56) 기민당 사무총장과 옌스 슈판(38) 보건부 장관이 이미 대표직 출마 의사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미니 메르켈’이라는 별명을 가진 크람프카렌바워는 메르켈 총리와 가까운 사이일 뿐 아니라 그의 실용주의, 절제된 스타일 등을 빼닮았다. 이 때문에 메르켈 총리는 그를 후계자로 삼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민당 내 우파 진영인 슈판 장관은 메르켈과 대척점에 서 있다. 그가 차세대 리더로 지명되면 진보·좌파 진영을 포용하던 메르켈 시대의 종말과 함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한때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로 2000∼2002년 기민당 원내대표를 지낸 변호사 프리드리히 메르츠(62)와 아르민 라셰트(57)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도 후계자 후보군에 올라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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