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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왜 무역전쟁 협상을 제대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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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9 11:16:08 수정 : 2018-10-29 16: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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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협상 상대, 넘치는 채널/트럼프 정부의 다양한 메시지, 정확한 요구상황도 불명확/외부 채널은 많지만, 트럼프 정부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아/바뀐 미국의 정책적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중국
미·중 무역 갈등 고조로 국제사회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지만, 양국은 좀처럼 협상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마치 상대와 마찰을 통한 무역갈등을 노린 듯 공격적인 무역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공격적인 무역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파상 공세는 중국의 경제에 곧장 타격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6.5%로 하락하고, 외환보유고는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인 2014년 6월엔 4조 달러에 육박했지만,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도 역풍에 노출돼 있다. 세계 경제 위축 속에 미국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높은 관세 부과로 중간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제조업체들도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무역갈등으로 인해 경제에 주름살이 가득하지만 양국이 협상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국 정부를 지켜보는 학자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일치하지 않는다. 데니스 와일더 전 미국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국은 미국의 정치체제가 바뀐 것을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후 확산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의 치열함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왕웬 중국 인민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두려하는 게 있다면 이는 미국과 채널이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맞서 싸울 수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변덕으로 대화 채널이 온전히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윌버 로스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주도한 미·중 무역협상을 트위터 등을 통해 간단히 부정해 버리곤 했다.

양국 협상이 타결되지도 못하고, 일부 공감 내용이 이행되지 못한 이유들은 여럿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도 지지부진한 양국 협상의 배경을 분석했다. WP는 중국의 비판처럼 협상에 나서는 이들도 많고, 채널도 다양하다는 점을 대표적인 한계로 꼽았다. 미국 측 통상 협상가에 포함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중국 측 입장에서는 협상의 상대라기보다는 중국에 타격을 가하려는 적군이라는 게 WP의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통상 당국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절친인 정치인, 전직 싱크탱크 연구원 등을 망라해 다양한 채널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문제는 메시지 관리를 일관적이지 못하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첨단기술을 빼내가고, 여러 제조품을 싼값에 대량으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한다고 주장한다. WP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비판하면서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양국 관계의 정형화된 방식을 기대했던 베이징 당국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트럼프 정부는 2016년 대선 결과를 ‘충격 속의 환영’으로 인식했던 중국을 향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할 여지를 드러내고, 북핵을 고리로 중국을 압박했다. 이는 중국의 예상을 벗어난 행보였다. 대선 과정에서 이뤄진 중국에 대한 비판은 온전히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고, 백악관에 입성하면 온건한 대중 노선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대선 유세에서는 중국을 비판하더라도, 취임한 뒤에는 중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던 관례를 벗어던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을 벗어난 방식과 통상문제에 대한 강경 태도는 세계 여러나라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 핵심엔 중국이 있다.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을 고수하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하기 위해 중국은 여러 인사들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중국의 기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 최고의 중국통으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기 이전에 키신저 장관을 만나 대중 외교에 대한 자문을 받았지만, 그의 자문을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다는 정황은 많지 않다. 이는 왕웬 인민대 교수가 지난 9월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확인한 내용이다. 미·중 통상 갈등 형국에서는 ‘우회 접근’도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관계에서는 보통 정부 간 대화가 진통을 겪으면 민간 대화가 가동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즈음 양국 사이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관계자들 중 트럼프 대통령과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있는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양국의 거리감을 키우는 요건은 결국 당분간 서로를 동반자가 아닌 적국으로 인식하도록 만들 개연성이 다분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에 못지 않게 인민들에게 비칠 자신의 이미지에 주목하는 사람이다. 이런 환경을 고려한다면 양국은 당분간 공생을 위한 협상에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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