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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원룸 화재'로 들여다본 원룸 도시형생활주택의 실태…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이슈탐색]

입력 : 2018-10-22 07:00:00 수정 : 2018-10-22 07: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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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대상 법규 이전 건축됐거나 연면적 기준서 제외

지난 20일 오후 경남 김해시 서상동의 4층짜리 원룸빌라 건물에서 화재가 나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빚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으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일하러 온 고려인 아들(4)과 딸(13)이 숨졌으며, 12살의 다른 아들과 13살의 이종사촌은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연기를 많이 들이마셔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의 연면적은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돼 관련 법령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발생한 경남 김해시 원룸 건물 화재로 2명이 숨을 거뒀다.
이번 재난은 스프링클러만 설치됐어도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게 소방 전문가의 지적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초 신고자 진술 등을 토대로 보면 원룸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가장 먼저 발생했을 것으로 지목된다.

이후 이 건물 2층의 고려인 3세 가구를 뺀 모든 주민이 대피했을 정도의 시간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주차장에 스프링클러만 설치됐어도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고려인 3세 가구에는 마침 장을 보려고 집을 비우는 등 어른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고, 아이들끼리 있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나 '불이야'라는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가구별로는 단독 경비형 화재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는 가구 안에서 불이 났을 때 해당 가구에만 벨을 울려주는 만큼 이번처럼 외부에서 시작된 화재에는 소용이 없었다. 건물 어디에서든지 불이 났을 때 전체 가구에 알려주는 경보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화마가 앗아간 소중한 목숨 "원룸에 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주차장 등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화마로 아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제주시 노형동의 7층짜리 원룸 건물 2층에서 불이 나 방 안에 있던 40대 여성이 숨졌다. 화재경보기가 정상 작동해 나머지 주민 40여 명은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는데, 이 건물에는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물을 뿌려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서울시는 화재에 취약한 낡고 영세한 고시원 22곳에 간이스프링클러 1568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된 개정 소방법에서는 6층 이상 모든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당 건물은 건축 당시 설치 의무가 없었다.

2015년 1월 사상자 130명을 낸 대형참사인 경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도 발화 지점인 1층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는데, 당시 규정에 따르면 역시 이 건물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화재 사각지대에 놓인 원룸, 소방설비 의무 대상 아냐

1·2인 가구의 증가로 원룸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으나 이처럼 해당 건물은 스프링클러 의수 설치 대상이 아닌 만큼 화재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일부 건물주의 불법적인 운영은 화재에 대한 취약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공무원시험이나 각종 고시 등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대학생,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 초년병들은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원룸에서 자취생활을 한다.

그럼에도 안전을 뒤로한 채 임대수익만 노린 건물주들은 불법으로 '원룸 쪼개기'를 일삼는 것은 물론이고,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고시촌이 몰려있는 서울 노량진 일대 대부분의 원룸은 쪼개기 공사를 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5곳 중 24곳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룸 임대료는 고시원보다 높지만 주거환경은 별반 다를 게 없다.

불이 난 뒤 진화된 고시원
방음은 물론 특히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전기 인덕션 등 취사시설을 설치하고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은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불법으로 쪼개기 공사를 했을 땐 소방법에 의해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지적하는 게 쉽지 않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건물 내부를 확인하지 못해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필로티 구조 원룸 건물, 화재 시 불 더 쉽게 번져

원룸 건물 상당수가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값싸고 빠르게 시공할 수 있는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을 택하고 있는 점도 화재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이들 요인은 지난해 12월 69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화재 시 인명 피해를 단시간에 키우는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에서도 그 취약성이 증명된 바 있다.

1층 전면 또는 일부를 주자창으로 활용하는 필로티 건축물은 불이 나면 확 트인 사방에서 공기가 대량 유입돼 불이 쉽게 번지는 위험을 안고 있다.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를 붙이고 석고나 시멘트를 덧붙이는 마감 방식인 드라이비트는 비용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단하지만, 화재 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유독 가스를 내뿜는 폐해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실제 이번 김해 화제에서도 당시 주차장 외부를 비추던 폐쇄회로(CC)TV를 보면 행인이 화재를 최초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순간부터 연기가 보이기 시작한 순간까지는 불과 30초가량이 걸렸다. 이후 새카만 연기가 건물을 가득 메우기까지는 10여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소방시설 설치 규정 강화, 사용법 교육 병행해야

원룸은 보통 좁은 골목길에 늘어선 다세대주택 사이에 위치한다. 그렇다보니 골목 곳곳에 자동차가 주차돼 있어 소방차가 건물 근처로 진입하기 어렵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이 쉽게 번질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소방차 진입이 어려울 가능성도 높다.

특히 대학가 원룸은 4층 이하 저층 건물인 경우가 많은데,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이런 건물은 주택법상 다세대주택(공동주택·층수 4층 이하·바닥면적 660㎡ 이하)이나 다가구주택(단독주택·주택 층수 3층 이하·바닥면적 660㎡ 이하·19세대 이하 거주)으로 분류된다.

다세대주택 및 다가구주택은 화재 예방에 관한 규제가 느슨하다.

소방법상 고시원이나 기숙사, 오피스텔 등은 규모와 용도에 따라 스프링클러나 옥내 소화전 등 특정 소방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

이에 반해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규모와 용도에 상관없이 이러한 의무가 없다. 대신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지난 13일 0시39분경 부산의 한 5층짜리 고시원 건물 3층에서 불이 나 250만원(소방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25분여 만에 진화됐다.
대학가 원룸 건물들은 가까운 거리에 밀집해 있다. 다세대주택은 건축법상 0.5m 이상~4m 이하 간격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그만 불씨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원룸 건물에도 스프링클러나 옥내소화전, 피난시설 등 주요 소방시설에 대한 설치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화기와 같은 기초적 소방 장비도 필수적으로 비치하는 한편 거주자 등을 상대로 사용방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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