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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5년간 아동학대 818건…“아이 맡길 곳이 없다” 커지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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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7 06:00:00 수정 : 2018-10-16 1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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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유치원 포비아①] 부모들, 처벌 강화 목소리도
“아기를 괴롭히는 다른 원생을 보고 일부러 다리를 부러뜨렸다 이거야. 애 아버지는 내가 떨어뜨린걸 모르겠지.”

지난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유치원교사라고 밝힌 여성이 아이를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글과 함께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사진을 올렸다. 그녀는 글에서 아이를 ‘유충’이라고 표현하며 “아이의 아버지가 아무것도 모른체 자기에게 마음쓰리 말라고 말했다”며 “너무 웃겨 (사진을) 찍어놨다”고 밝혔다.

소중히 보호받아야할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일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을 향한 폭력은 부모가 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아이들을 위해 지급해야할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까지 끊임없이 우리 아이들이 위협받고 있다. ‘포비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과 두려움을 살펴봤다.

◆“이제 맡길 곳이 없다”...안전 사각지대된 유치원

최근까지 4살 딸을 어린이집에 보냈던 박모씨는 얼마전 아이를 시부모님께 맡겼다.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시도때도 없이 보도되고 있고, 최근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불안하다는 생각에서다. 박씨는 “남의 손에 맡기는게 항상 불안했는데 최근에는 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에 대한 폭행이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에 시어머님께 부탁했다”며 “아무래도 가족이 직접 키우는게 맞겠다 싶다”고 밝혔다.

많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있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안전하게 아이를 맡기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 곳들은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7월 부산에서는 어린이를 가방으로 수차례 구타한 어린이집 교사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또 다른 유치원에서는 급식시간과 교육시간에 폭행과 폭언을 한 교사가 경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 유치원에 재원 중인 아동들 중 일부는 2016년 전국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부산시 사상구 모 유치원의 아동폭행 사건으로 피해를 입고 전학을 온 아동들로, 이번에 또 폭행이 일어나면서 직접적인 피해 아동뿐 아니라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아동들 역시 간접적인 폭행의 피해자로 이들의 상처가 더욱 깊어졌다.

맞벌이 부부로 6살짜리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이모씨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들을 폭행한 사람들은 파렴치범”이라며 “현재 유치원 원장에게 CCTV 설치 등을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5년간 아동학대 유치원 818건, 어린이집 2124건

문제는 이러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가 비단 부모들의 ‘기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치원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276건의 아동학대가 일어났고, 어린이집에서는 무려 815건의 아동학대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유치원·어린이집 교직원 아동학대 및 폭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은 2014년~2017년 기간 동안 818건의 아동학대 사고가 있었고, 어린이집은 2013년~2017년 기간 동안 2356건의 아동학대 사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는 유치원은 2014년 99건, 2015년 203건, 2016년 240건, 2017년(잠정치) 276건으로 증가세를 보였고, 어린이집도 2013년 232건, 2014년 295건, 2015년 427건, 2016년 587건, 2017년(잠정치) 815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어린이집의 경우 경기 19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60건 인천이 14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아동학대 사례가 절반 이상인 61% 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제로 사고가 난 특정 유치원과 어린이집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을 보내는 주변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상상하지 못할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집행유예 받는 교사들, ‘처벌강화’ 목소리 높아

2016년 대한민국은 4살짜리 아이를 발로 차고 뺨을 때리는 장면이 담긴 CCTV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많은 국민이 공분했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7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치원 교사 권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교사 김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권씨는 학예회 준비 기간인 2016년 12월 14일 유치원 1층 강당에서 5세 아동이 율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양쪽 귀를 잡아 세계 흔들어 넘어뜨리고 일어나는 아이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또 다른 교사 김씨는 지난해 12월 13일 인절미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4세 아동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플라스틱 반찬 통으로 아이의 어깨와 머리를 몇 차례 때렸다.

특히 김씨의 경우 경찰 수사단계에서 자신이 가장 많이 폭행했던 조손가정 4세 아동의 조부모를 찾아가 폭행 사실을 숨기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받아 제출하기도 했다. 이 피해 아동의 조부모는 시각장애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폭행은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폭행현장에 함께 있었던 아동들 역시 충격을 받게 돼 바람직한 유아기 인격형성 과정에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이 커지자 청와대도 지난 달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강화 국민청원’에 대해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태의 주의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원장자격 정지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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