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편리성·접근성 강점… 밀레니얼 세대 사로잡은 ‘간편금융’[4차 산업혁명과 금융의 디지털 혁신]

입력 : 2018-10-16 20:21:49 수정 : 2018-10-16 21:15: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내 핀테크 기업 성장세 / 2013년 62개서 작년 223개로 늘어 / 간편 결제·송금 등 분야 91개 최다 / 대출·시세 제공 등 서비스 다양화 / 향후 발전 전망과 과제 / 소비자 편익 높아질 것 기대하지만 / 인허가 장벽등 진입부터 어려움 커 / 규제 불확실성 대책 마련 서둘러야
영국 핀테크업체 ‘머니박스(Moneybox)’는 일상생활 중 지불하는 금액의 일부를 자동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2.2파운드(약 3300원)의 커피 한 잔을 사면 80펜스(약 1200원)는 미리 설정해둔 위험 감내 수준에 따라 자동으로 주식, 채권 등에 투자된다. 호주의 투자 앱 ‘레이즈(Raiz)’는 출시 2년 반 만에 인구의 1% 이상인 37만5000명이 가입한 인기 앱이 됐다. 상장지수펀드(ETF)에 기초한 여러 투자 포트폴리오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사용자의 90% 이상은 40세 미만이다. 조지 루커스 레이즈 대표는 “기존 펀드매니저 대부분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고객층을 공략했다”며 “언젠가 펀드매니저들은 젊은 고객층을 얻기 위해 더 시간을 들였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액을 투자하거나 저축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돕는 핀테크 서비스가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핀테크 서비스가 편리성과 재미있는 요소를 접목해 전통 금융권에서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소외됐던 젊은 층을 위한 재테크 시장을 새로 만들어낸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핀테크 서비스는 접근성을 강점으로 금융시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편리한 서비스로 다양하게 발전하는 핀테크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기업은 2013년 62개에서 지난해 223개로 늘어나며 크게 성장했다.

분야별로는 간편결제와 송금 등의 지급·결제가 91개(41%)로 가장 많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가 지난해 선정한 핀테크 1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비바리퍼블리카의 송금 앱 ‘토스’가 대표적이다. 토스는 보안카드와 공인인증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계좌이체 서비스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하는 P2P(개인 간)금융이 65개(29%),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자산을 운용하거나 자문하는 로보어드바이저·자산관리 29개(13%)가 있다. 온라인상에서 다수에게 사업자금을 투자받는 크라우드펀딩과 저렴한 수수료로 해외에 돈을 보낼 수 있는 소액해외송금을 제공하는 회사는 각각 8개(4%)다. 

핀테크는 말 그대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을 뜻한다. 기술 발달과 함께 활용 분야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대출 온라인 플랫폼 핀다는 돈을 빌리는 사람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금융회사가 대출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빅밸류는 국가 공공데이터 등 빅데이터,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아파트처럼 시세가 정형화되지 않은 빌라 등의 시세와 담보가치를 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슈테크(보험 핀테크) 기업 스몰티켓은 고령견의 건강정보를 분석해 기존에 없던 고령견 펫보험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었다.

이들 기업의 서비스는 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와 함께 혁신적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시범운영되고 있다.

핀테크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무엇보다 편리성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어니스트앤영의 올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사용자 가운데 저렴한 서비스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사용자는 54%로, 핀테크 비사용자의 34%보다 20%포인트 높았다. 또한 디지털 채널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핀테크 사용자는 64%로, 핀테크 비사용자의 응답(38%)보다 훨씬 높았다.

강맹수 KDB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핀테크 산업의 국내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핀테크의 성공에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간편송금 시장을 양분하는 토스와 카카오페이 역시 송금 수수료 면제보다 송금 절차 간소화가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핀테크 성장 위해 규제 줄이고 해외진출 도와야

핀테크 업체가 기존 금융사가 제공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편리한 방식으로 선보이며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자 기존 금융사들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사들은 새로운 상품과 수익 창출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공인인증서 대체 보안체계를 도입하는 등 편리한 서비스를 선보이자 다른 은행도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한 예다.

금융정보 공유를 꺼렸던 시중은행들은 오픈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거나 검토하는 등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자체적으로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거나 협업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대형 금융사는 안정적 고객 기반과 인프라, 축적된 경험이 있고 신생 핀테크 업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특화된 전문성, 유연함을 갖고있어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가 영역을 넓힐 수록 기존 금융 서비스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면서 소비자 편익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업권별 인·허가 장벽,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핀테크 스타트업이 진입부터 사업 확장 단계마다 어려움에 부딪히는 상황이다. 각종 규제를 일정 기 간동안 면제·유예해주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성화하고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등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에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핀테크지원센터장)는 “금산분리 등의 강한 규제 이슈 때문에 핀테크 기업과 금융·기술 쪽 기업의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당국은 규제샌드박스를 확대하는 한편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률이 높은 역동적인 해외시장에 핀테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하트 여신'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
  • 김나경 '비비와 다른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