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영미의영화산책] 고령사회의 안전망

관련이슈 황영미의 영화산책

입력 : 2018-10-12 22:32:31 수정 : 2018-10-12 22:32: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우리나라가 유엔이 정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대한 복지제도 준비도 미비한 채 다른 나라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를 넘어선 것이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에서도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속하는 사람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강한 사회의식으로 소외계층의 문제를 다뤄 온 영국의 캔 로치 감독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노인이 되면 병도 생기고 노동력도 점차 잃게 되지만, 엄격한 잣대로 운영되는 복지혜택의 규정은 가난한 노인을 벼랑으로 몰아간다.

평생 목수로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는 심장병이 생겨 일을 쉬게 된다. 아내도 잃고 혼자 살아가던 그는 이웃에게 잔소리는 심하지만 좋은 이웃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간다. 질병수당 수령 대상자 심사에서 탈락해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 그는 실업급여라도 받으려고 관공서를 찾아간다. 하지만 컴퓨터 사용을 못하는 블레이크에게 인터넷으로만 신청하게 돼 있는 신청방식은 또 다른 장벽이다. 이웃 청년의 도움으로 겨우 실업급여 신청서와 질병수당 항고 신청서를 업로드했지만, 실업급여는 이력서를 내는 등 취업하려는 의지를 증명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장병으로 일을 할 수 없는데도 이력서를 낸 기록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보조금 때문에 그는 이력서를 여러 군데 낸다. 일하러 나오라는 목공소에는 보조금 받으려고 낸 이력서임을 밝힌다. 그러면 왜 이력서를 냈느냐며 호통을 치는 담당자에게 그는 할 말이 없다.

마음이 따뜻한 블레이크는 자신처럼 행정편의주의의 희생이 된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를 알게 되자,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온정을 베푼다. 절박한 케이티에게는 그가 바로 영웅이다. 영화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애가 인간이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답임을 강조하면서도, 선진국이어도 융통성 없이 적용되는 국가의 복지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끼니를 거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린다.

이 영화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2016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로치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다른 세상을 기대해도 좋을지 의문이 든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