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목수로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는 심장병이 생겨 일을 쉬게 된다. 아내도 잃고 혼자 살아가던 그는 이웃에게 잔소리는 심하지만 좋은 이웃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간다. 질병수당 수령 대상자 심사에서 탈락해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 그는 실업급여라도 받으려고 관공서를 찾아간다. 하지만 컴퓨터 사용을 못하는 블레이크에게 인터넷으로만 신청하게 돼 있는 신청방식은 또 다른 장벽이다. 이웃 청년의 도움으로 겨우 실업급여 신청서와 질병수당 항고 신청서를 업로드했지만, 실업급여는 이력서를 내는 등 취업하려는 의지를 증명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장병으로 일을 할 수 없는데도 이력서를 낸 기록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보조금 때문에 그는 이력서를 여러 군데 낸다. 일하러 나오라는 목공소에는 보조금 받으려고 낸 이력서임을 밝힌다. 그러면 왜 이력서를 냈느냐며 호통을 치는 담당자에게 그는 할 말이 없다.
마음이 따뜻한 블레이크는 자신처럼 행정편의주의의 희생이 된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를 알게 되자,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온정을 베푼다. 절박한 케이티에게는 그가 바로 영웅이다. 영화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애가 인간이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답임을 강조하면서도, 선진국이어도 융통성 없이 적용되는 국가의 복지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끼니를 거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린다.
이 영화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2016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로치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다른 세상을 기대해도 좋을지 의문이 든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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