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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걱정 앞서는 생활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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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1 22:46:50      수정 : 2018-10-11 22:46:49
“지방자치단체 예산 심사를 들여다봤어요. 복합문화센터 만들고, 스포츠센터·도서관 짓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중구난방 펼쳐지고 있더군요. 그런데 내용을 보니 국회의원 표밭이라 세금으로 뭘 만든다는 의미밖에 없지 않나 싶었어요.”

문화계 인사 A씨의 지적은 신랄했다. 지자체마다 문화센터니 도서관이니 짓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정치인 생색내기용’밖에 안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건물은 있는데 정작 속을 채울 기획인력은 고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엇비슷한 기능의 건물을 이름만 달리해 세우고 있었다. 공사 건수를 늘리려는 의도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A씨는 “공연장의 경우 상근 인력에 전깃불 켜는 시설관리자만 포함하고, 완공 후 운영할 프로그래머는 하나도 없더라”라며 “알맹이 없이 건물관리 인원만 배치해서 과연 이 시설이 지역사회를 위해 쓰여질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송은아 문화체육부 차장

문화예술계에서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는 없는 기반시설’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1997년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만들어진 전국 문화예술회관도 이 점이 고질병으로 지적됐다. 2016년 기준 전국 문예회관은 229곳. 인구 100만명당 4.5개에 달한다. 이 정도면 내 집에서 조금만 나가도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문예회관 공연장 프로그램 가동률은 2014년 기준 고작 41.6%다. 문예회관의 65.7%는 연중 절반 이상 공연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단 짓고 보자’가 낳은 부작용이다. 국비 지원으로 건물을 세운 뒤, 기획·운영비를 투입해야 할 지자체가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방치한 결과다. 문화계에서는 ‘지자체장 업적으로 홍보하기 좋으니 일단 건물은 짓지만, 공연 기획·창작은 티가 안 나 예산을 투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어왔다.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을 찾아 생활 SOC(사회기반시설)에 본격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대규모 토목 SOC와 차별화해 생활과 밀접한 마을 기반시설을 생활 SOC라 부르겠다고 했다. 올해 5조8000억원인 관련 예산도 내년 8조7000억원까지 확대한다. 모든 시군구에 작은도서관 243개 조성, 주민체육센터 160개 설치 등이 사업 내용으로 제시됐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이 시설들이 문예회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동시에 떠올랐다. 특히 작은도서관은 지금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작은도서관은 6058곳. 이 중 직원이 없거나 확인되지 않는 도서관이 36.6%에 달한다. 단 9.31%만 사서를 두고 있었다. 연평균 지출 예산도 1199만원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은도서관 예산을 올해 10억2200만원에서 내년 243곳 232억원으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문체부가 전체 예산의 70%까지 인프라 조성 비용으로 지원한다. 문제는 이후 지자체가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 현재도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작은도서관 운영 실태는 천차만별이다. 생활 SOC가 잘 뿌리내려 ‘짓고 방치되는’ 또 다른 주민소외형 시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송은아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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