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종전선언 이뤄져도…미·중 전략경쟁 소용돌이 몰려온다

관련이슈 스토리 세계

입력 : 2018-10-11 07:00:00 수정 : 2018-10-10 18:54: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토리세계-빨라진 비핵화 시계①] 전문가 전망,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남·북·중 연쇄방문으로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2차 회담은 11월6일 중간선거 이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적어도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 내년 초까지 북미 간 유화적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선은 종전선언 이후 동북아를 무대로 펼쳐질 ‘격동의 시대’로 옮겨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2차 북미회담 성사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거론한 점 또한 같은 맥락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중·러·일 등 동북아를 둘러싼 여러 국가의 세력 균형 틀을 바꿔가고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중의 패권경쟁을 중심으로 동북아 5개국과 미국 사이에 새로운 전략균형점을 찾기 위해 외교전이 격화하는 무한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미·중 경쟁 격화…종전선언→동북아 평화 관측 섣불러”

북·미 정상이 2차 회담 이후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 등 비핵화 관련 괄목할만한 성과가 도출될 경우 동북아에서 미·중의 세력다툼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핵화 논의에 진전사항이 생긴다면) 가장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북한을 향한 미·중의 구애”라며 “미·중은 북한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싸움에 들어가고, 또 북한은 미·중을 상대로 등거리외교를 펼쳐 몸값을 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차 북미회담이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균형점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통적인 미·북 대결구도가 화해국면에 접어드는 것은 북한이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 미국에 더 가까워진다는 뜻”이라며 “미·중 전략경쟁 구도하에서 북한 변수가 중국이 아닌 미국의 ‘레버리지’로 탈바꿈한다면, 미국으로선 (회담 이후 성사될) 남·북·미 삼자 종전선언이 꽤 괜찮은 중국 견제 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전선언 이후 동북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은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반도 동북아 구도는 미·중 사이 짙어진 ‘신냉전 먹구름’ 국면과 북·미 대화를 통해 옅어지는 ‘한반도 냉전 먹구름‘이 엇박자로 전개되는 상황”이라며 “미·중의 먹구름이 훨씬 빠르게 짙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 내 냉전 해체 과정은 (동북아의 관점에서) 큰 호수에 던지는 조약돌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예의주시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주도권을 북미 회담 이후 미국이 가져간다면 중국은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에서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엔 영향 미미…“전면전 잠시 보류할 수도”

그렇다면 종전선언 등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아니다”고 답했다. 최 부원장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북핵 협상 과정과 연계시키려 했다면 이렇게까지 미·중 사이 갈등을 심각하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이 분리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패권 다툼인 만큼 연내 남·북·미 종전선언을 넘어 훨씬 장기적 관점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쉽게 물러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단기적 관점에서는 미·중 사이 무역 전면전이 잠시 보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차 북·미 회담까지 개최하게 된다면 미국으로선 비핵화 관련 실질적 성과를 꼭 내야 하는 입장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려면 중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협조를 요청하는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잠시 미뤄놓을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논쟁 다시 시작될 것”

전문가들은 연내 한반도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다시 대두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주둔 여부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평화 체제로 가는 길목에서 한국 전쟁을 계기로 설립된 유엔사령부, 북한의 남침 억제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주한미군 등의 임무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웨인 에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도 지난 5일(현지시각) 이런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북한이 왜 이렇게 종전선언을 열심히 추진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위험한 비탈길’(slippery slope·발을 들이면 돌아오기 어려운 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부원장은 이와 관련 “종전선언은 대북 억제를 공동 목표로 삼은 한미일 동맹 전략균형이 상당히 와해하는, 그래서 주한미군 논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것”이라며 “일본도 종전선언이 주일미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는 시기상조”

일각에서는 종전선언 등 비핵화 협상 진전이 한반도 평화 체제 확대로 ‘동북아 다자안보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러시아 국빈방문을 앞두고 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구상이며, 지난 7일 언급한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다자안보평화체제 구상과 관련 “종전선언으로 촉발되기엔 너무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선 다자안보체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북한 내 인권 문제나 시장 개방 정도 등을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신 교수의 분석이다. 남궁 교수도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는 방향성을 의미할 뿐, 지금 상황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가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