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북핵에 관한 최소한의 팩트를 살펴보자. 첫째, 북한이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북한이 20~6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둘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도 작지만 너무나 위험하다. 셋째,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아직 핵무기 폐기를 위한 결정적인 조치는 강구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고, 9월 평양선언을 통해 미사일 발사장과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유 핵의 목록을 신고하거나 폐기 일정을 언급한 적은 없다. 반 컵의 물에 대한 상반된 평가처럼 이러한 팩트를 기대론자는 핵무기 폐기 과정으로, 회의론자는 기만적인 평화공세로 보는 것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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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
소수 의견도 존중한다는 민주주의의 정신에서 본다면 정부는 회의론자의 의견도 수용하면서 그들이 우려하는 바를 반영해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을 확실하게 해 북핵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킬 체인(Kill Chain: 미사일 공격을 탐지해 타격하는 공격형 방어체계),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를 더욱 강화해 북핵 방어태세를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평화는 우리 힘이 바탕이 될 때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가 그러한 취지라고 생각하면서 철저한 실천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은 북한 비핵화의 시간표를 좀더 여유 있게 변경시킬 필요도 있다. 연내 종전선언이나 1년 내 비핵화 등 주장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은 비핵화를 서둘러왔고, 그로 인해 북한이 요구하는 바를 대부분 수용해왔으며, 이것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 미국인이 ‘핵무기와 함께 살기’ 라는 슬로건으로 적극적인 억제, 방어, 대피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핵 공포에서 벗어난 전례를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면서도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인권 문제도 제기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국민이 핵 위협의 공포에서 벗어나 단호하면서도 의연하게 비핵화 협상에 임할 때 북한이 핵 폐기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병자호란 때 최명길은 자신이 쓴 항복문서를 주전파의 김상헌이 찢자 “조선에는 항복문서를 쓰는 사람도, 찢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항복문서를 다시 붙였다. 정부는 최명길처럼 열린 마음으로 북핵에 대한 회의론자의 견해도 경청하면서 그들을 포용해 함께 최선의 북핵 해결책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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