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가을이면 어김없이 멀리 만주,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을 마치고 서해안 갯벌로 날아온 도요물떼새를 만날 수 있다. 북반구와는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의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 먼거리를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 멀리 이동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3000~6000마리의 큰 무리를 이뤄 겨울을 나는 독특한 새가 있는데 바로 검은머리물떼새이다.

 

머리·등·날개 윗면이 검은색이고, 이와 대조적으로 새하얀 깃의 가슴과 배를 보노라면 마치 연미복을 빼어 입은 멋진 신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길고 튼튼하게 생긴 붉은 부리와 분홍빛 다리, 그리고 붉은색 눈은 독특해 누구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유럽, 아프리카 북부, 터키, 인도, 동북아시아에 걸쳐 넓게 분포하지만 지리적으로 서로 격리돼 있어 분포지역에 따라 4개 아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동북아 집단은 1만1000여 마리만 남아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수가 우리나라 서해안 금강하구에 모여서 겨울을 난다. 현재 종 자체를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천연기념물 제326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최근 유전자 분석기술이 발달하여 분변을 채집해 먹이를 분석해 보니 십각류(게류)를 가장 많이 먹고, 다음으로 단각류(옆새우류), 다모류(갯지렁이류), 갯강구, 쥐며느리 등도 먹는다는 보고가 있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도요새와 마찬가지로 부리에 허브스트(Herbst) 소체라고 하는 압력 감지 기관이 있어 갯벌의 수많은 구멍 중에 먹이가 있는 구멍을 쉽게 찾아낸다.

 

검은머리물떼새의 독특한 행동은 영역방어를 위해 부리를 아래로 내리고 경고와 위협의 뜻을 담은 ‘피리음 소리내기’(piping call)를 하는데, 고개는 숙였지만 남다른 포스를 풍기는 것이 사뭇 재미있다. 우리 인간도 고개 숙인다는 게 모두 졌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김진한·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