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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 난이도 '들쭉날쭉'…수능영어 신뢰도 어쩌나 [뉴스+]

입력 : 2018-09-27 19:35:55 수정 : 2018-09-27 21: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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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년… 정부, 졸속 추진으로 도입 취지 못살려 / 수능·모의평가 1등급 학생 비율 / 최저 4.2%∼최대 10% ‘고무줄’ / 학교에선 입시 위주 수업 여전 / 수학·국어 등 타과목 쏠림 커져 / 사교육비 경감 효과도 ‘미미’ /“공교육 부실… 영어 격차만 벌어져 / 제대로 된 평가 방법 마련해야"
‘모의평가와 수능 난이도는 널뛰고, 사교육 부담과 입시위주 수업 방식은 여전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절대평가제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4년 전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상대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학생 간 무한경쟁, 교육과정 수준을 넘는 과잉학습 유발, 수능 대비 문제풀이 위주 수업, 사교육비 부담 등. 이를 해소하겠다면서 꺼내든 카드가 ‘수능 영어 절대평가화’였다.

지난해 수능과 최근 모의평가 등 5차례 시험에서 영어과목 난이도는 종잡을 수 없었다. 또 절대평가 도입을 계기로 기대한 영어학습 부담 완화와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 등 실질적인 영어 능력 향상 교육도 요원하다. 대신 국어, 수학, 탐구 과목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가 졸속으로 영어 절대평가를 추진하면서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영어교육계 등에 따르면 들쭉날쭉한 평가 난이도가 대표적인 문제다. 영어 절대평가 전환 후 치러진 5차례 수능 모의평가와 본 수능에서 영어 1등급(90점 이상) 수험생 비율은 최저 4.2%(올 6월 모평)에서 최고 10.0%(지난해 수능)로 2.5배가량 차이가 났다. 시험 수준이 냉온탕을 오갔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쉬웠던 지난해 수능 영어에서 2등급(80점) 이상 수험생은 29.7%로 상대평가인 국어·수학의 2등급 이상(11%)보다 2배 넘게 많았다.

홍선호 서울교대 교수(영어교육)는 “절대평가의 핵심은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준거기준을 명확히 하고 어느 정도 역량을 갖췄는지 보는 것인데 지금은 시험 난이도에 따라 기준이 매번 달라지는 격이라 평가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전환 후 대학별 영어 성적의 영향력 차이가 제각각인 것도 학생들을 불안하게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들 입장에선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이 쉬우면 손해를 본 것 같고, 적당히 했다가 시험이 어려우면 등급 하락이란 치명타를 입으니 혼란스럽다”며 “영어 절대평가 전환 후 수학·국어·과학 등 다른 과목 비중이 커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체감하는 가정도 드물다.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떠나 정부의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만 봐도 교과 사교육비 총액은 13조6000억원으로 2016년(13조5000억원) 대비 800억원(0.6%) 늘었다. 이 중 영어는 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으나 수학(5조4000억원)과 국어(1조3000억원)는 각각 0.6%와 11.1% 증가했다.

고2 자녀를 둔 이모(45·여·서울 서초구)씨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 방침이 나온 때부터 줄인 영어 사교육비를 수학과 국어 쪽으로 돌렸다”며 “학교 내신은 상대평가라 여전히 영어 사교육에 신경쓰는 집도 많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 방식도 별로 바뀐 게 없다고 한다. 대부분 중·고교에서 실용영어 관련 교육 기자재와 교사들의 역량 부족 등 영어교육 인프라가 좋지 않아 입시 대비 위주 수업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한국영어교육학회를 비롯한 영어 관련 31개 학회가 공동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같은 기초과목인) 국어, 수학은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한 채 영어만 절대평가를 하면서 사교육비는 줄지 않고 학교 영어교육 부실화에 따라 학생 간 영어 격차만 더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선호 교수는 “개정 교육과정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영어 교육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교사들 연수도 강화하는 동시에 제대로 된 평가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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