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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문 대통령은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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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27 07:16:51 수정 : 2018-09-27 09: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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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용호 29일 유엔 총회 연설 예정/ 문 대통령 "北 수십년 약속 어겼지만 이번에는 진정성 보여"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파커 뉴욕 호텔에서 미국 FOX 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욕=이제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에서 행보가 미국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문 대통령의 외교협회(CFR) 연설, 폭스 뉴스와 인터뷰 등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5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시사 종합지인 ‘애틀란틱’(Atlantic)은 26일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칭송 독트린’(Compliment Trump Doctrine)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언론 매체인 ‘뉴 스테이츠맨’(New Statesman)은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 실현을 위해 외교적 춤(diplomatic dance)을 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 옹호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이 이번 주에 뉴욕의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위한 칭송의 노래를 불러주는 사실상의 대변인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그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세 번 김 위원장과 회담했던 문 대통령이 연설과 텔레비전 출연 등을 통해 북한의 독재자를 자국 주민의 경제 번영을 바라는 정상적인 세계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이제원 기자

이 통신은 문 대통령이 25일 미 외교협회(CFR)와 코리아소사이어티(KS), 아시아소사이어티(AS)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한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하고 연장자를 예우하는 예의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의욕이 아주 강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핵을 포기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 주면서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그런 신뢰를 준다면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을 위해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문 대통령이 미국과 세계의 회의론자들을 겨냥해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도발하고, 약속을 어겼으나 이번에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하는 것 이외에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경제난으로 인해 급락했다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다시 올라갔다”고 전했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오는 29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지만 문 대통령이 그에 앞서 북한을 변호하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스티븐 노어퍼 코리아서사이어티 선임국장은 블룸버그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합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은 지도자”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타협적인 행보가 비난을 받을 위험이 상존해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지나친 자부심으로 무장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노어퍼 국장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트럼프 칭송과 압박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욕=이제원 기자

애틀란틱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칭송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리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기대를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 비핵화를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성원 덕분에 평양에 다녀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과 새로운 접근으로 수십 년간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해결되는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 날 외교협회 등이 주최한 행사 연설에서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착수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애틀란틱이 전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은 미국과 국제 사회가 북한과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북한 정권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종전 선언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고 지적했다.

애틀란틱은 “문 대통령이 남북한은 종전 선언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고 선언한 것이 가장 시선을 끌었다”면서 “이것은 평화 기차가 칙칙 소리를 내며 이미 출발했으니 미국이 재빨리 올라타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기관사의 날카로운 메시지 같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욕=이제원 기자

◆문 대통령의 외교 댄스

미국의 언론 매체 뉴스테이츠맨은 26일 로렌스 프리드만 영국 킹스칼리지 명예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서 그들의 경쟁적인 요구 사항을 협상하려고 ‘외교적인 춤’을 추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드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몇 개월 사이에 호전적인 말 폭탄 교환을 끝내고, 서로 존경심을 표시하기에 이르러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나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실제로 만든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만 교수는 “문 대통령이 평화 프로세스가 정상 궤도에 머물러 있도록 했고, 이 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만 교수는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평화, 통일, 비핵화를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은 이것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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