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소리치고, 시비걸고, 쓰레기 버리고"…만취족에 도심 공원 '몸살'

관련이슈 스토리 세계

입력 : 2018-09-22 18:20:00 수정 : 2018-09-24 19:12: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토리세계-음주 규제①] 공공장소 규제 여론
쓰레기 방치 민락수변공원. 연합뉴스
부산 민락수변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동네 주민 서모(30)씨는 여름밤 산책을 포기한 지 오래다. 피서철만 되면 수변공원이 밤새 거대한 술판과 쓰레기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서씨는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공간 아닌가. 학생들도 많이 지나다니는데 (음주가무의 모습이) 정말 보기에 안 좋다”며 “공원처럼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공간에서는 음주를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장소나 야외에서의 과도한 음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거의 모든 성인들이 구토나 악취, 고성방가 등의 1, 2차 음주 피해를 겪거나 경험했다는 조사도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음주로 인한 1, 2차 폐해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우리나라도 공공장소 음주 규제 정책을 단계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래고래 소리치고, 큰 소리로 시비걸고”...공원 등 곳곳 음주 몸살

여가와 휴식을 위한 도심 공원이 과도한 음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주취자의 시비와 소음공해 등 피해를 호소한다.

한강 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회사원 박모(31)씨는 “술 마시고 근처로 와서 괜히 시비 거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들끼리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맥주 한두잔 기분 좋게 마시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굳이 사람들 많은 공원에서 과음하고 소란을 피우는 건 민폐”라고 지적했다.
늦은 밤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행인을 한 경찰이 일으켜 세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시 마포구의 한 공원 인근에 사는 주민 이모(40)씨도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잔디밭이나 벤치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며 “산책하러 나갔다가 기분만 나빠져서 돌아온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거의 대다수 성인들이 음주로 인해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난 8월 손애리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교수 등 삼육대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음주문화 특성 분석 및 주류접근성 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19~60세 성인 3015명(남자 1546명, 여자 1469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98.3%가 구토(92.8%), 대중교통에서의 악취(87.3%), 소란과 고성방가(83.1%) 기물파괴·난동(66.7%) 등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주로 1가지 이상 피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술에 관대한 문화에 금주구역 지정 번번이 무산

술은 담배 함께 발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은 담배보다 술에 관대한 편이다. 지난 7월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개인 음주행태 요인분석 및 음주행태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 가까이는 주취에 관용적이었다. ‘술은 좀 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남성의 43.1%, 여성의 34.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같은 정서 때문에 금주 구역 지정을 위한 움직임도 꾸준히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공공장소에서 음주와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술 마시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반발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6년 12월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으며, 지정된 금주구역에서는 주류를 판매하거나 음주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지만 아직 단 한 차례도 심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음주 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음주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범죄자 중 음주 상태였던 사람의 비율은 2005년 18%에서 2015년 26%로 증가했다.

◆전문가 “음주 2차 폐해 심각…공공장소 단계적 규제를”

전문가들은 음주에 따른 1, 2차 피해가 심각한 만큼 공공장소 음주에 대해선 단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손애리 교수는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공장소 음주 규제가 시급한 이유에 대해 “음주를 하는 본인의 건강상 문제도 있지만 음주운전 사고, 소란, 쓰레기, 범죄 등 다른 사람한테 2차 폐해를 가하는 문제가 가장 크다”며 “중앙에서 법이 없어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금지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공공장소 음주 규제 법안이 성공적으로 마련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과거와 비교해 공공장소 음주 규제에 대한 국민적 수용도가 상당이 높아졌다. 그래도 아직 음주에 대해 관대한 부분이 있으니 레저나 스포츠시설까지 당장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교, 청소년 관련 시설, 공공기관, 병원 등은 가능할 것”이라며 “음주 규범이 정착화된 다음에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행위를 강하게 규제한다. 미국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은 공원에서 술을 들고 다니거나 술병의 마개를 여는 것도 금지한다. 싱가포르는 심야 시간(오후 10시 30분~오전 7시)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제한한다. 호주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길거리, 공원, 해변 등을 공공장소로 지정해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