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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공방 '강제추행' 판결 논란…'피해자'만 증인으로 나갔다

입력 : 2018-09-11 00:59:32 수정 : 2018-09-11 00: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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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억울한 징역형 선고를 호소한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해 1심에서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만 증인 출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1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에는 “피해자라는 분만 증인으로 출석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공개된 판결문에는 증인의 진술과 CCTV 영상 등이 증거가 되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CCTV 영상 접근 권한이 있는 사건 발생 음식점 업주는 영상 1개만 증거로 제출했을 뿐 재판 증인 출석 요청을 받지는 않았다.

업주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이 벌어졌을 당시 지점을 촬영한 CCTV가 2대 있었으며, 어디에서도 남성의 행위를 증명할 ‘뚜렷한’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남성과 함께 있었던 일행은 지인이라는 이유 탓에 증인으로 나설 수 없었다는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찰됐다.

 

남편의 억울한 징역형 선고를 호소한 청원글. 11일 오전 12시30분을 기준으로 서명인원이 25만명을 넘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사건은 지난해 11월26일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1시10분쯤 모임 주최자 A씨는 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근처에 있던 한 여성과 성추행 시비가 붙었으며,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약 10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앞선 5일, 부산의 한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3년 취업 제한 등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법정구속도 명령했다.

이러한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져 나간 가운데, 증거물로 채택된 CCTV 영상이 당시의 모습을 확실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재판부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여성쪽으로 팔을 뻗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으나, 입구에 놓인 가구에 가려져 접촉 상황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명확한 상황을 촬영한 CCTV가 결국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자 지인이라고 밝힌 네티즌의 반박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유죄를 받은 사건인데 상대 남성 아내분의 감정만을 앞세운 호소글로 피해자를 꽃뱀으로 매도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여러 수사 과정을 거쳐 10개월 만에 판결이 나왔다면 정당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그는 밝혔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한쪽의 입장만이 담긴 글이 떠돌아 상처받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서 부디 앞으로는 추측성 댓글이나 남녀 편 가르기와 같은 여론몰이는 하지 말아달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A씨의 아내가 온라인에서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2017년 11월26일 식당에서 각자의 일행들과 모임을 하고 있었다”며 “26일 오전 1시10분쯤 식당 현관 근처에서 피고인의 일행을 배웅하던 중, 피해자를 보고 옆을 지나가며 손으로 피해자의 우측 엉덩이 부위를 움켜잡았다”고 적시했다.

이로써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판결문은 증거의 요지로 지목된 ‘CCTV 영상’과 관련해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내용, 피고인이 보인 언동, 범행 후의 과정 등에 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그 내용이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어 “또한 피해자가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사건 직후 많은 남성들 앞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것을 바로 항의하였는데, 피해자의 반응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단순히 손이 피해자의 엉덩이를 스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며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느꼈을 수치심이 상당해 보이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추행의 방법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담당 판사는 CCTV 전후 장면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충분히 판단해 유죄로 인정했다”며 “성범죄에서 명백한 사항을 피고인이 부인하면 엄격한 양형을 적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할 수 없는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며 “형사재판 절차상 1심이 종결됐을 뿐이고 앞으로 2심과 3심에서 충분히 무죄를 주장하거나 관련 증거를 제출해 판단을 받을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사는 사건과 관련해 판결을 한 사람으로서 공식적인 입장을 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기된 것과 관련해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눠 별개 기관에 분담토록 한 뒤,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원리인 ‘삼권분립’을 알지 못하느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사과문>

안녕하세요, 세계일보 김동환 기자입니다.

10일자 <[단독] 진실공방 '강제추행' 판결…출석한 증인은 아내뿐이었다>라는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라는 분만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법원 측의 말을 듣고, 본문에는 아내분께서 증인으로 출석했다고 적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판결에 다소 의문을 품고 기사화를 시작하였는데, 현재 힘드신 분께 본의 아니게 상처를 드린 것 같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기사 삭제를 고려했으나 이미 나간 기사를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고 제목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진실공방 '강제추행' 판결…'피해자'만 재판에 나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어떠한 사유로 내용이 수정되었는지 설명도 적어놓았습니다.

아울러 약속드린 바와 같이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기사를 다시 출고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사로 마음고생이 크셨을 아내분과 지인분들 그리고 기사로 내용을 오해했을 분들에게 거듭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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