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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면 소비도 늘까”…소득주도성장론 공방 블랙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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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1 06:00:00 수정 : 2018-09-10 17: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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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소득주도성장 대공방①]실효성 논쟁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놓고 대한민국이 대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은 앞다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공세에 나섰고, 학계와 대기업들도 일자리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통계청장 경질부터 경제부처와 청와대간 엇박지 논란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최근 관련 성장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일단 갈등설을 일축하며 향후에도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을 천명했다.

‘소득이 늘면 내수가 활성화된다’는 발상에서 시작한 소득주도 성장은 과연 독배가 될 것인가, 대한민국 경제의 성질을 개선하는 촉매제가 될 것인가.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벌어지는 갑론을박을 짚어봤다.

◆소득주도성장, 박근혜 정부때도 시도했다 실패

소득주도성장론은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의 가계소득을 증가시켜 내수의 증가와 생산증가, 투자증가를 끌어낸다는 이론이다.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발상이다. 따라서 가계소득 증가를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지원금 확대와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지금까지 논란을 낳아온 소득주도성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에서 처음으로 국가정책으로 도입됐다.

박근혜 정권의 2번째 경제부총리이자 ‘초이노믹스’로 유명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국민소득이 낮아 소비가 침체된다는 시각에서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높여주면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을 깎아 주는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을 늘리면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배당소득증대세제, 기업이 유보금을 쌓아두면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3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은 결국 대기업들이란 것이다. 실제 국민 대다수가 일하는 곳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결국 중산층 이하의 소득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고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는 없었다. 특히 여기에다 대기업들이 대부분 택한 배당소득증대세제는 국민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등에게 배당금만을 많이 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 가격을 높여 소비를 활성화시킨다는 부동산 활성화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단기간에 가계부채만 늘어났고 비판에 봉착했다.

대한민국 국가정책 처음으로 시도됐던 소득주도성장론은 결국 최 부총리의 부동산활동화 실패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우린 다르다” 문재인표 소득주도성장의 중간성적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국민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기업 겨냥 소득주도성장과 달리 중점이 일자리의 양적 질적 증가와 중소기업 육성에 맞춰져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실제로 지난해 5월 취임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위원회 설치를 제1호 업무지시로 하며 일자리 확충에 만전을 기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고,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만들며 대국민 포퍼먼스에 나섰다. 일자리에 특화된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감축 등이 시행됐다.

지난 5월 정부는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우리 경제는 지난해 3.1% 성장, 17개월 연속 수출증가, 신설기업 월 1만개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면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실제로 지난 8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 수는 2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9일 ‘고용행정 통계로 본 8월 노동시장 동향’을 통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32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 36만1000명 증가했는데, 증가폭은 2016년 6월(36만3000명) 이후 가장 크다. 도소매업에서 5만9000명(4.0%)이 늘었고, 숙박음식업에서도 4만4000명(7.9%) 증가했다. 최저임금인상 영향이 가장 큰 부문으로 알려진 두 업종에서의 증가분이 전체 증가분의 28.3%를 차지했다.

문 대통령은 취업자 수가 증가해 ‘고용의 양’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정권과 비교해 좋아졌다고 말하기 힘든 형편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월평균 31만7000명(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지만 올해 2월 1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7월은 단 5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돈 드리면 쓰시나요?” 소득주도성장의 명과암

“요즘 같은 불안한 시기에 월급이 오른다고 쓰겠어요? 모아둬야죠.”

불안한 미래와 경기침체를 겪는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즉 월급이 오르면 쓰기 보다는 아껴 미래를 준비해야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나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소득성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득이 소비로 이어질지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임금 증가로 인해 기업의 투자 위축 등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가계소득이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꾸준히 늘어오는 동안 지갑은 열리지 않았고 오히려 저축률은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조정처분가능소득은 2016년 말 1007조2409억원으로 전년(964조5738억원)대비 4.4% 증가했다. 2014년 4.9%나 2015년의 5.7%보다 소폭 줄었지만 2%대인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출은 소득 증가폭에 못 미치는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2016년 말 민간(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은 798조3641억원으로 전년(771조2392억원)으로 3.5%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4년 2.8%, 2015년 3.1%보다 소폭 늘었지만 소득증가율에는 다다르지 못했다고 분석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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