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대참사로 기록될 뻔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유치원 붕괴사고는 건물이 기울어지기 전 여러 차례 ‘이상신호’가 감지된 것으로 드러났다.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뜻이다. 올 들어 곳곳에서 일어난 붕괴사고는 건축업계의 느슨한 관행과 행정당국의 ‘안전불감증’이 더해져 발생한 것이란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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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 일부가 지반침하로 무너진 현장에 인력과 중장비가 투입돼 건물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동작구 관계자는 “먼저 상부 건물을 주저앉힌 다음 잔재와 하부 건물을 차례로 철거할 것”이라며 “소음 최소화를 위해 야간과 철야 작업은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당초 비로 인한 토사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은 ‘비가 내려도 붕괴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야외 작업의 특성상 설계 단계부터 강우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데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일 동작구에 내린 비가 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근 다세대주택 공사 과정에서 지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공사 구조물을 설치한 것이 1차적 원인이란 분석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애초 이 일대는 토질이 무른 편마암 지대여서 무너질 우려가 큰 곳이었다”며 “지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지반 붕괴를 막기 위해 세우는 구조물인 흙막이를 이 일대 지반 특성에 맞게 더 단단하게 설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와 지방자치단체의 느슨한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 이 교수는 “지질에 대한 전문성 없이 업체와 지자체가 관행대로 설계하고 허가해 준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지금 무너진 곳과 비슷한 식으로 허가가 난 공사현장이 전국에 수천 곳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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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신축 공사장에서 지반이 침하하면서 콘크리트 옹벽(축대)이 무너져 인근에 있던 상도유치원 건물 일부가 허물어지고 기울어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당국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치원 측은 올해 초부터 불안감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유치원 측 의뢰를 받아 이 일대를 점검한 이수곤 교수는 당시 붕괴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안정성을 재검토하고 옹벽 상부 구조물의 하중을 고려해 보강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동작구는 시공업체 측에 권고 내용을 전달만 했고, 사고 전날 유치원에서 대책 수립을 요구했을 때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안일함 탓에 하마터면 어린이 122명 등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전날 이상징후 관련 민원을 받았지만 즉각 현장점검을 나가지 못했다”며 “커다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시공업체의 흙막이 공사가 당초 계획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법으로 바꾼 점도 붕괴 원인이었을 것으로 거론한다. 경찰은 관계기관의 직무유기와 시공업체의 부실공사 여부 등을 철저히 가리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사고현장 인근 상도초등학교 교실 6개를 활용해 유치원생 122명 전원을 수용키로 했다. 시교육청은 상담사를 상도초에 배치해 어린이들의 심리상태도 살필 계획이다. 다만 상도초는 상도유치원 철거 작업에 따른 소음과 분진이 심해 10일 하루 임시 휴업(돌봄교실은 정상 운영)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만간 상도초 건물 전체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수·남혜정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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