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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익명 기고문’ 위기 ‘김정은 카드’로 돌파하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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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8 10:06:27 수정 : 2018-09-09 12: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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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투 펀치’를 맞았다. 워터 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WP) 부편집인이 ‘공포, 트럼프의 백악관’이라는 제목의 신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데 이어 익명의 고위 관리가 뉴욕 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정부 내에 저항 세력이 있다”고 그 실상을 공개했다.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에 대해서는 ‘가공의 스토리’라고 깎아내리고, 익명의 기고자를 ‘반역죄’로 다스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기고자를 색출해내라고 요구했다. 퇴임 이후 침묵을 지켜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일리노이대학 연설에서 “지금은 비상시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일전불사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리자 특유의 관심 돌리기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그 대상국은 북한이고, 상대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온 메시지를 ‘베리 베리 나이스’라고 극찬하면서 북한 문제에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의회 전문지 ‘롤콜’ (Roll Call)은 7일 “백악관의 위기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관심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새 친구 김정은

롤콜은 “백악관이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새로운 친구의 지원을 극찬했다”면서 “그 친구는 바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 내 고위 당국자가 익명으로 트럼프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칼럼이 NYT에 게재된 뒤 백악관의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백악관 비서실인 웨스트 윙의 문을 걸어 잠그고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묘책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기대와는 달리 즉각 익명의 기고자를 ‘겁쟁이’라고 지칭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6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 특사단의 김정은 위원장 면담 장면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정부의 최고위급 관리들은 앞다퉈 “나는 익명의 기고자가 아니다”고 ‘낫 미’ (Not Me) 선언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벤 카슨 주택도시장관, 릭 페리 에너지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최측근 인사들이 ‘낫 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MSNBC 방송은 성명과 인터뷰를 통해 ‘낫 미’를 선언한 고위 관료가 27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탱큐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이 패닉 상태에 빠지자 6일 아침부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전달해온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거론하며 트위터에서 “탱큐! 김(정은) 위원장”을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염두에 두면서 “우리 함께 이 일을 완수하자!”고 다짐했다. 롤콜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주민을 굶어 죽게 하고, 살인한 독재자에게 시선을 돌려 미국 일반 국민으로부터 신뢰의 한표를 얻으려 했다”고 혹평했다. 이 매체는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졌으나 트럼프가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고, 김정은은 트럼프가 존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몇 명의 스트롱맨 중 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라자 크리스나무치 하원의원(민주, 일리노이)은 “스탈린식 독재자인 김정은이 이미 트럼프와의 비핵화 약속을 파기했음에도 트럼프가 김정은을 칭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마이웨이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김 위원장의 서한을 실제로 자신이 받기도 전에 김 위원장이 서한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면서 홍보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내게 보낸 개인적 서한이 오고 있다”면서 “이 서한은 어제 국경에서 건네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새로운 통신기기가 생기기 한참 전에 활용됐던 품격있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서한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관해 말하자면 참 흥미롭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거칠게 시작했고, 사람들은 내가 너무 거칠다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백번은 말했듯이 인질들이 돌아왔고 미사일과 로켓 (발사), 핵실험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그(김 위원장) 사이에 오간 레토릭은 매우 좋은 것이었다”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나에게 편지를 썼다”면서 “이 편지가 나에게 배달되는 중이고, 아마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특사단이 전한 김 위원장의 신뢰 표명과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서도 유세 연설과 인터뷰 등을 통해 “아주 멋지다. 느낌이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매우 멋진 이야기(very nice things)를 했고, 트럼프 정부 재임 기간 비핵화를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면서 “나이스, 베리 나이스(Nice, very nice)”라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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