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지금은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시세 언급하지 마세요.”
서울 한 지역의 아파트단지 입주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수시로 주고받는 대화의 일부다. 이처럼 주택보유자가 은밀히 아파트 시세에 관여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촘촘한 정부 대책이 나와도 큰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시장에서 역대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왔던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의 약발이 1년여 만에 다하고, 올해 8·27대책에 이어 조만간 또 종합대책을 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7일 KB국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8월까지 15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값은 11.90% 올랐다. 이는 2013년 임기가 시작된 박근혜정부 4년2개월 사이 서울 아파트값이 10.21% 오른 것을 이미 뛰어넘은 상승률이다. 박근혜정부는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 거래가 매우 활성화한 시기다. 반면 현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데도 집값이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국민은행보다 보수적인 한국감정원 통계에선 아직 현 정부 서울 아파트값(9.46%)이 전 정부(12.66%)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원 통계에서도 현 정부 들어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의 움직임이 보인다. 예를 들어 박근혜정부 임기 시작 때 4억9416만8000원이었던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4년2개월 뒤 퇴임 때 5억6774만원(115%)으로 올랐다. 문재인정부는 시작 때 5억7028만7000원이었던 평균값이 15개월 만인 8월 현재 7억238만3000원(123%)으로 뛰었다.
정부 대책에도 부동산 광풍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부동산114는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이 한 주 동안 0.54% 올라 지난주(0.57%)보다 오름폭이 다소 축소됐다고 밝혔다. 다만 노원구(1%), 성북구(0.95%) 등 강북권 아파트는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중앙·지방정부 사이의 불협화음도 문제다. 문재인정부가 주요 정책사업으로 확정해 추진 중인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사업도 지자체의 사업비 분담 의지 미흡 등으로 별 진척이 없다. 정부는 전국 197곳의 노후공공청사 부지 등에서 서울 5480가구를 포함해 행복주택 2만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잠실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지역 아파트 전경. 자료사진 |
하지만 국토연구원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제출한 ‘중장기 부동산시장 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할 경우 주택수요 감소를 유도해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 효과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큰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나기천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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