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권이 참여정부의 실패를 거울 삼아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며 내놓은 지난해 8·2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16.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당·정·청이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광풍은 오히려 더 세지고 있다.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 광풍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은 6일 서울 잠실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지역 아파트 전경. 허정호 선임기자 |
정부가 수도권 내 추가 신규택지 후보지로 거론한 경기도 과천과 광명 등의 오름세도 눈에 띈다. 과천은 지난주 정부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시장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지난주보다 1.38%가 올랐다. 광명도 투기과열지구 지정에도 1.01%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향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집값을 잡겠다며 지난 1년여 동안 7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불패’는 여전한 상황이다. 부동산114와 업계에 따르면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 25개 구의 최근 1년간 3.3㎡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6.4%에 달했다. 지난 5년 연간 상승률 2013∼2014년 0.7%, 2014∼2015년 5.5%, 2015∼2016년 6.2%, 2016∼2017년 12.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경기도에서는 성남시의 상승률이 19.3%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하남 16.4%, 과천 13.5%, 남양주 10.5%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중구난방식으로 당·정·청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집값 대책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집값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한다”며 “초기 구상 단계의 의견은 토론을 통해 조정하고 그 이후에는 통일된 의견을 말하도록 모두 유념하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이어 “요즘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당·정·청에서 몇 가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집값 안정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한 방안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그것을 의견 차이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당·정·청이 모두 같은 얘기를 하면 앵무새라고 비판하고, 다른 얘기를 하면 엇박자라고 비판하는 일부 세태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신규택지 후보지를 사전에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과천·의왕)이 이날 국토위 위원을 사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 의원이 이날 원내대표를 만나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신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택지로 논의되는 경기도의 8개 지역을 공개했다. 민감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자료가 유출된 경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신 의원의 보도자료 논란과 관련해 “초기 검토 자료가 사전에 외부에 유출된 점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즉시 유출 경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택지를 조성할 때 주민공람 전까지 후보지를 사전에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김선영·박세준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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