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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동네북’ 기상청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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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6 21:53:33      수정 : 2018-09-06 21:53:32
예전에,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배운 지구과학이 기상에 관한 지식의 전부였을 때 일기예보를 들으며 갸우뚱했던 표현이 있다.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오겠습니다.’

윤지로 사회부 차장대우
기압골이 뭐기에 맨날 비를 몰고 온단 말인가. 비구름의 유식한 표현인가 보다… 하고 대충 넘긴 궁금증은 대학원에서 대기학을 공부하며 풀렸다.

대기 상층에 기압골이 있으면, 그 아래 지상의 동쪽에 저기압이 생기고, 저기압 주변은 대기가 불안정해 비가 내린다. 이 역시 중간 설명을 건너뛴 불친절한 문장인데, 이걸 더 줄여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오겠다’가 됐으니 기상청이 국민의 지구과학 수준을 상당히 높여 잡았나 보다.

사실은 5년차 기상청 출입기자인 지금도 기사를 쓸 때 까막눈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각종 관측자료를 토대로 기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건 전문가 영역이다 보니 대다수 기자는 기상청 판단을 옳다고 믿고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특수성이 기관에는 독이 되곤 한다.

어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비가 왔는지 안 왔는지, 날이 추웠는지 더웠는지 예보의 결론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판단할 수 있으니 기상청은 동네북이 되기 십상이다. 질타가 쏟아질 때마다 기상청에선 “노력도 몰라주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원래 과정이 베일에 가려진 일일수록 결론으로 평가받기 마련이다. (점쟁이나 외과의사도 그렇지 않은가) 예보와 비판은 숙명적인 관계다.

그럼에도 최근 태풍 솔릭과 폭우와 관련해 기상청이 십자포화를 맞는 걸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예보로 불편과 피해가 늘어난 데는 외적 요인도 컸기 때문이다. 태풍 솔릭으로 갑자기 쉬는 어린이집, 학교가 늘어 부모들이 불편을 겪은 건 행정기관 탓이 더 크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휴원·휴업 결정부터 해 빚어진 혼란이었다. 지난달 28일 저녁에 쏟아진 폭우도 오후 7시20분에 관계기관에 전파는 됐지만, 호우특보 발령을 위한 행정절차에 20분이 더 걸렸다.

기상청에도 말 못할 사정이 있다. 예보관은 5명씩 4개조로 구성되고 각 조는 꼬박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한다.

영국 기상청은 22명씩 7개조, 일본 기상청은 13명씩(야간은 11명) 5개조로 짜여 있다. 영국 기상청의 경우 22명이 각자 총괄예보관, 부총괄예보관, 미디어, 해양, 홍수, 화산·산불·꽃가루, 교통 등 분야별 업무를 맡는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이 일을 5명이 나눠 한다. 예보는 실황예보, 초단기예보, 단기예보, 중기예보, 장기예보가 있는데 장기예보를 뺀 네 가지가 이들 업무다. 실황예보와 초단기예보는 30분∼1시간마다 업데이트해야 한다.

기상청은 2016년 여름 잇따른 오보 지적에 예보관을 1개조 더 늘리려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구라청 옹호하는 기레기’라는 댓글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그래도 분명한 건 오보와 그 책임이 오롯이 기상청 몫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연재해와 관련된 기관이라면 어느 곳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지로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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