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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조성진은 되는데 왜 방탄소년단은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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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5 07:00:00 수정 : 2018-09-05 08: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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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병역특례 논란①] BTS vs 오지환, 조성진 이름은 ‘방탄(防彈)소년단(BTS)’. 팬클럽 이름은 ‘아미(ARMY)’. 예견된 일이었을까. 지난 3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가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르자 이들에게 병역특례혜택을 주자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음악을 알리는데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다.

합법적으로 병역혜택을 받은 2017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금메달 리스트들에겐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국내 수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쉽게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일부 종목에서 아시안 게임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것과도 대비되면서 병역특례를 둘러싼 찬반 논란과 공방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 1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야구 대표팀. 자카르타=연합뉴스
◆비난 쏟아진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병역면제혜택을 받은 야구 대표팀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의 성적을 거둔 선수가 병역면제를 받는 체육요원으로 선정된다. 아시안 게임에 출전한 국가들은 야구에 대해 비중을 두지 않고 있어 한국 프로선수들에게 아시안 게임이 사실상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 통로라고 인식되고 있다. 야구강국인 일본, 대만은 아시안게임을 더 이상 프로의 무대로 보지 않아 사회인 야구선수들을 주축으로 출전시키고 있다.

매회 아시안 게임에서는 출전할 야구 선수들을 일부러 병역 미필자들로 채우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24명의 엔트리 중 13명이 군 미필자였고 올해 역시 24명 중 9명이 군 미필자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특히 오지환(LG), 박해민(삼성) 선수는 지난해 경찰 야구단과 상무 입대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병역혜택 금메달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키웠다. 이런 팬들의 따가운 시선에 양현종(KIA) 선수는 아시안 게임에서 돌아오는 귀국길에서 “금메달을 못 땄으면 어땠을까. 무서운 상상도 했다”고 심경을 고백할 정도였다.

 
방탄소년단 병역혜택에 관련한 국민청원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야구 금메달은 당연...빌보드 1위는 세계적 성과”

이와 달리 지난 3일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2연속 ‘빌보드 200’ 차트 1위라는 성과를 거둔 방탄소년단에겐 군 면제혜택을 주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이날 “방탄소년단도 군대를 가지 않을 자격이 있다” “방탄소년단도 K팝 국가대표로 금메달 2개를 딴 셈” 등의 글이 올랐다.

이들은 ‘빌보드 200’ 1위를 문화계의 이례적인 성과라고 주장했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싱글차트 2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업계에선 앨범 전체 곡의 음악성을 평가하는 ‘빌보드 200’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손성민 회장도 지난 6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로 착각될 정도였다”며 “이들은 올림픽 선수들에게 붙는 ‘국가대표’라는 명칭만 없을 뿐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나의 꿈을 가지고 노력해온 진정한 국가대표”라며 군 면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방탄소년단
◆방탄 병역혜택 반대 “국가 대표성 없어”

방탄소년단에 대해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이견도 적지 않다. 즉 국가를 대표해 경기에 출전한 선수와 인기를 얻기 위해 활동하는 연예인은 구분해야 한다는 거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청원자는 “방탄소년단 본인들이 돈 벌고 꿈 이루려고 1등한 게 나라를 위한 것이냐”며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1등하면 우리나라를 알렸다고 군 면제를 해줘야한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만 군대를 가나요”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청원자도 “빌보드는 미국의 음악순위 차트일 뿐”이라며 “각 나라의 음원차트 인기순위를 반영할 뿐이지 경연대회와는 거리가 멀다”고 대회에 대한 형평성을 지적했다.
◆“조성진은 되는데, BTS는 왜 안되느냐”

또 예술계에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3년 하마마쓰국제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병역특례를 받은 사실과 비교해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도 면제를 시켜달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은 면제를 해주면서 대중음악은 왜 대상이 안되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하태경 의원은 병역 혜택에 대한 대중문화와 순수음악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3일 페이스북에 “바이올린 등 고전음악 콩쿨 세계 1등은 군 면제를 받는데 방탄소년단처럼 대중음악 세계 1등은 왜 면제를 못 받느냐”고 주장했다.

현재 군 면제 혜택을 받는 예술요원으로 편입되려면 병무청장이 정한 국내외 예술경연 입상자, 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여야 하는데 이들과 비교해 대중문화계의 방탄소년단의 국위선양 정도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같은 음악이면 차별해선 안 된다”며 “국위선양 기준에서 오히려 한류를 선도하는 대중음악이 더 큰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모호한 국위선양 기준 재정립 필요 한목소리

결국 오지환, 조성진, BTS를 둘러싼 병역혜택 논란의 핵심 쟁점은 ‘국위선양’이다. 1973년 처음 도입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는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45년 된 국위선양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방탄소년단이)빌보드 차트 1위까지 해서 분명히 국가공헌을 했다”며 “(국위선양으로 인한 병역혜택의) 정확한 기준과 세칙들을 시행령으로 정확하고 엄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의원은 국위선양에 기준에 대해서 “국민 여론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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