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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사형제 논란…"생명 존중" vs "사형수는 인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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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4 06:00:00 수정 : 2018-09-04 0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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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사형제 찬반①] 다시 불붙은 사형제 존폐 논란 ‘서울대공원 토막살인 사건’ ‘포항 약국 묻지마 살인사건’ 등 최근 강력·흉악 범죄가 잇따라 일어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12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형 집행 중단 선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국제적 추세는 물론 정부의 움직임도 사형제 폐지를 향하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갈수록 사형제 존치에 무게를 두면서 사형제 존폐를 놓고 찬반양론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7월19일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는 이영학. 뉴시스

우리나라는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이 존재하지만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중단돼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강호순, 유영철 등을 포함해 61명이다. 여중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지난 2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오는 6일 2심에서 형이 확정되면 이씨는 62번째 사형수가 된다. 이씨에 대한 사형이 확정되면 여론은 사형 집행 부활에 더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사형의 효과 검증 안 돼

국제사회의 흐름은 사형제 폐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4월 국제사면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 집행 국가는 1998년 37개국에서 지난해 23개국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사형제 폐지를 법제화한 국가는 70개국에서 106개국으로 늘었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법적으로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 단 3개국뿐이다.

특히 EU는 사형제 폐지가 회원국 가입의 전제 조건일 정도로 인권의 중요 척도로 삼고 있다. EU의 기본권 헌장 제2조는 ‘누구든지 사형언도를 받거나 사형집행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사형제 폐지국이 늘어나는 것은 사형의 실질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형제는 흉악범죄를 억제하는 제압 효과를 전제로 하는데, 사실상 그 효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범죄 관련 학회들의 전·현직 학회장 가운데 88%가 ‘사형제는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반면, 세계적인 흐름과 역행해 오히려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부활시킨 나라도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터키와 필리핀 등도 사형제 부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국회, 사형제 폐지에 무게

역대 정부도 수시로 사형제 폐지에 무게를 실어왔다.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사형수 9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고, 노무현 정부도 6명을 특사로 감형했다. 문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론자’다. 대통령 후보 시절 사형제 존치를 묻는 질문에 “사형제가 억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많은 나라들이 이를 폐지했다”며 폐지론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형 존치론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임기 중 실제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 쪽으로 법안 발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999년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매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인태 신임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당시 사형제 폐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참석해 사형제 폐지를 위한 형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거듭 당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법재판관 구도가 1996년엔 7대2의 비율로 합헌 결정이 난 것과 달리 2010년엔 5대4로 간신히 합헌 의견이 앞섰다. 향후 또 한 번의 위헌 심판이 진행될 경우 헌재에서도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 법감정 “사형제 유지하고 사형 집행해야”

2003년에는 사형제 ‘유지’ 52%, ‘폐지’ 40%로 존폐 입장 차가 크지 않았지만, 2018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사형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강력‎·흉악범죄가 다수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2018년 8월 넷째 주(21~23일) 전국 성인 1001명에게 사형제도 유지 여부에 대해 물은 결과 69%는 ‘사형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22%는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사형제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689명, 자유응답) ‘강력한 처벌 필요·죗값 치러야 함’(22%) ‘흉악범은 사형 필요·살려둘 이유 없음’(19%) ‘경각심 필요·두려움을 줘야 함’(12%) 등을 답했고, 사형제 폐지를 원하는 사람들(218명, 자유응답)은 ‘인권·생명 존중 차원에서’(30%)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없다’(18%) ‘잘못된 판결이 있을 수 있기 때문’(14%) 등을 이유로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사형을 집행해달라는 청원도 줄을 잇는다. 한 청원인은 “살인자에게 인권은 없다. 그저 살인자일 뿐”이라며 “흉악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금, 오히려 처벌은 점점 관대해지면서 가해자의 인권이 피해자에 인권보다 우선시 되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국민이 먼저인 나라, 국민이 안전한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흉악범들의 사형집행은 꼭 선행돼야 할 조건”이라며 “법치가 강하게 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잠재적 피해자를 없애고 더불어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경각심을 줘 범죄를 예방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폐지에 앞서 사법부 신뢰 회복이 우선”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따라 사형제를 폐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제 존폐 논란과 관련, 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제인권법, EU 등 국제적 흐름이 사형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우리도 가능하면 따르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국민감정이 아직 사형제를 폐지할 만큼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에 대해서는 국민감정의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응징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우리 법체계가 그런 부분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형을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죗값을 치르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전반적인 사법체계를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재벌 권력자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게 현실이다. 응징해야 할 부분을 가볍게 처벌함으로써 생긴 전반적인 사법 불신 감정이 사형제에 가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현재 우리 국민들의 법 감정 상태를 “사형이란 극단적인 형벌이 아니고서는 응보감정을 만족시킬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하며 “원인은 사법부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전반적인 불신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누구든지 죄를 지으면 죗값대로 처벌받는다. 그 처벌 상한은 무기징역이고, 그것만으로도 죄의 대가가 된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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