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 방북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향적 결단을 끌어낼지 주목된다.
이번 특사단 방북의 성패는 답보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마련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추가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오늘은 웃지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을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의지 표명 및 북·미 대화 의사를 밝혔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를 징검다리 삼아 북·미 대화의 문을 열었고 결국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졌다.
특사단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북측의 구체적 추가 조치를 유도하지 못한 채 9월 정상회담 날짜 확정을 비롯한 남북관계에 국한한 사안에 대해서만 확답을 받고 돌아온다면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해야 하는 부담을 오롯이 떠안게 된다.
미국 국무부가 특사단 방북에 앞서 남북관계 발전은 비핵화 진전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공개 메시지를 발신한 점을 고려하면 비핵화 협상 국면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긍정적 결과물 없이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대북정책 진전이 예상외로 지지부진한 근본원인의 하나는 평양이 엉덩이를 잘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폼페이오가 3차례나 방북하고도 만족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한·미·중이 모두 상대방의 대북정책 의도를 확신하지 못하거나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양이 끝까지 버티기를 계속할 경우의 방안에 대해서도 관련국 간 공통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차 연구위원의 견해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가 예정됐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일정 등에 영향을 준 것에서 볼 수 있듯 4·27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특사단 방북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을 안고 간다”며 특사단의 방북 과제로 △정상회담 날짜 확정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및 북·미 비핵화 대화 진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임 실장이 “냉엄한 외교 현실의 세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동의 없이 시대사적 전환을 이룬다는 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한 점도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없이 남북관계만 독주할 수 없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정부가 특사단 방북을 통해 좀 더 담대하고 획기적 제안을 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남·북·미·중이 다 모여서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비핵화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종전선언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전선언 자체가 비핵화는 아닐뿐더러 (종전선언 논의는) 비핵화의 전체 그림에서 볼 때 지엽적인 것이고 엄격하게 말해서 비핵화 프로세스는 지금 시작도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난제를 안고 평양에 들어가는 문 대통령 특사단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고 정치적 부담도 크지만 북한의 우리측 특사단의 방북 수용은 잃을 게 없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료는 “평양은 워싱턴과의 대화가 막히거나 급할 때마다 서울을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남북관계로 외교적 고립을 돌파하고 한·미 간 정책 균열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특사단 방북 수용은 북한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서·박성준·홍주형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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