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마치 기계 같은 인간 군상,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놓다

입력 : 수정 :

인쇄 메일 url 공유 - +

조민아 ‘소란스러운 적막’ 전시회
조민아의 작품은 적막하다. 등장인물들은 입을 다문 채 표정이 없고, 사물과 풍경들은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는 무엇인가를 잔뜩 말하기 위해 형상들을 즐비하게 늘어놓았지만, 그의 그림은 별다른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삽화풍의 그림에는 장황한 서사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어디에도 서사는 없다. 그러나 서사가 빠진 그의 그림은 역설적이게도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폭이 8m쯤 되는 대작 ‘낙원에서’(사진)를 보면 캔버스를 가득 채운 형상들은 동화책이나 교과서의 삽화처럼 어떤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무작위적인 콜라주 방식의 초현실주의적 편집 탓에 화면의 논리적인 흐름을 단번에 알아채기는 어렵다. 그림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데 언뜻 봐도 단 한 사람인 것처럼 동일한 인물이 자리만 바꿔 반복되고 있다. 나이와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익명의 인물은 표정 없이 단순하고 기계적인 동작만을 흉내내듯 다소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 사람이면서도 다수인 그림 속 인물은 자신의 행위가 결코 끝나지 않고 계속 순환 반복될 것만 같은 현실의 폐쇄성과 그 비극을 예고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이렇듯 폐쇄적 비극이 두텁게 잠복된 현실의 문제를 화면 위에 끌어들인다. 이를테면 익명의 인물들이 수행하고 있는 모든 행위는 단순한 비전문 혹은 비숙련 노동으로, 언제든 무엇으로든 대체될 수 있는 현실에서 자신들의 고정된 자리를 찾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조민아의 그림은 소모되고 닳아 없어지면 다시 동일한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사물화된 ‘어떤 노동’과 ‘어떤 역할’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작가는 현실이 만들어내는 서사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그 서사를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다. 노동과 자본에 대해, 성과 세대를 구분 짓는 차이와 차별에 대해, 사회적 성공과 실패에 대해 그가 늘어놓는 속내는 불편함과 의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소란스러운 적막’이란 제목을 내건 조민아의 전시회는 9월 6일부터 10월 13일까지 OCi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신성 기자

오피니언

포토

나나 '상큼 발랄'
  • 나나 '상큼 발랄'
  • 서현 '화사한 꽃 미모'
  • [포토] 박하선 '벚꽃 미모'
  • 아이브 장원영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