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잃어버린 왕국’ 유적 복원, 종합·체계적 접근 필요

입력 : 2018-08-30 21:45:01 수정 : 2018-08-30 21:45: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립가야문화재硏 전문가 포럼 / 지자체 관광자원 확보차원 경쟁 / 단체장 임기내 가시적 성과 집착 / 무리한 복원으로 원형훼손 우려 / 유적지 현지에 출토유물 전시하고 / 문화재 설명·교통·편의시설 확충 / 다시 찾고싶은곳으로 만들어야 경남도는 지난 6월 가야유적의 체계적인 연구복원, 조사연구 등을 위해 2020년까지 6900억원을 투입해 55개 사업에 대한 세부 실행계획을 밝혔다. 경남도뿐만이 아니다. 김해시, 산청군, 장수군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슷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국정과제로까지 정해지면서 뚜렷해진 현상이다. ‘잃어버린 왕국’ 가야의 유적, 역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일단 반가운 일이나 자칫 단기적 성과에 대한 집착, 무분별한 복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30일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주최의 ‘가야문화권 중장기 종합 조사·연구 계획 수립을 위한 제2차 전문가 포럼’이 열려 ‘가야유적 보수정비 현황과 중장기 기본구상(안)’이 발표됐다. 전문가, 지자체 관계자 등의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지만 지금의 가야유적 운영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야의 역사, 유적·유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야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유적 보존·복원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 성과에 매달린 접근이 오히려 유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김해 봉황동 유적, 부산 동래 복천동 고분군.

◆“유적지에서 정작 출토유물을 볼 수 없다”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조사된 가야유적은 642곳(경남 521곳, 경북 21곳, 전라 100곳)이다. 기본구상안을 만들기 위해 조사한 곳은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27곳이다.

우선 유적 정비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유적지 전시관과 관련해 출토유물 대부분이 인근의 국립박물관이나 발굴기관에 소장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오히려 출토 유물을 볼 수 없는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유적지 전시관은 일부 유물과 패널, 모형 등에 의지한 ‘소극적인 전시’를 할 수밖에 없고 “전시 내용의 획일화로 (관람객의) 재방문율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까지의 유적 정비는 역사문화 환경 조성 전반에 관한 논의가 부족하였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가야역사문화 환경의 보전은 역사문화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과의 관계에 대한 검토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한 동선계획이 없고, 유적과 지나치게 가까워 유적 훼손이 우려되는 탐방로, 부족한 주차시설, 획일적인 디자인과 기능 위주로 이질적인 요소가 되어버린 매표소·안내소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

◆“성과 급급한 복원은 유적 파괴 초래”

역사연구, 문화재 보존·복원의 전제가 장기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가야 역사 및 유적·유물에 대한 관심이 일시에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걱정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기본구상안은 ‘성급한 복원계획’, ‘정확한 자료의 고증이 부재한 외형적인 모양 갖추기’에 급급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본구상안은 “최근 자자체는 관광자원 확보의 일환으로 유적 복원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원형보존이라는 기본원칙과 상충되는 경우가 있다”며 “가야의 경우 (유적이 많이 훼손돼)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서도 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성급한 복원계획 등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단체장마다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성과물 중심의 복원은 유적의 파괴를 자초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점에서 중장기 계획의 수립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사대상이 된 가야 관련 사적 27곳 중 절반이 넘는 14곳은 종합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비지정 가야 유적의 경우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계획이 없이 보존 관리행위가 거의 부재한 상태”이며 “일부 지정문화재의 경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유적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 행위마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문화재 설명이 부족하다”

가야 유적을 방문한 시민들은 ‘문화재 설명 미흡’, ‘교통편·편의시설 부족’ 등을 개선해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방문객 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복수 응답) 결과 ‘문화재 설명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76%로 가장 많았고 교통편이 44%로 뒤를 이었다. 유적지 방문 목적은 유적·유물 관람(68%)을 첫번째로 꼽았으나 산책(34%), 기분전환(17%), 휴식(14%), 나들이(12%) 등도 적지 않았다. 시민들이 유적지를 생활밀착형 시설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기본구상안에 “유적지 주변을 사적 공원화하여 방문객들이 유적 관람 외에 건강, 휴식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 지속적인 호응을 갖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 포함된 이유다. 가야 유적을 정비할 때 필요한 것으로는 문화재 설명 및 전시(59.6%), 야외전시관 건립(48.9%), 박물관·전시관(44.7%) 등이 꼽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