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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삼복철 '현지지도'에 숨은 정치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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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30 15:51:20 수정 : 2018-08-30 15: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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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공개활동 및 군부대 시찰 횟수가 집권 초반에 비해 확 감소했지만 현지지도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김정은 위원장 최근 현지지도 행보 속 정책 코드 읽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전체 공개활동 횟수는 2012년 150회, 2013년 211회에서 점차 감소추세를 보이다 올해 68회로 확 줄었다. 군부대 시찰 횟수도 2012년 25회, 2013년 14회, 2014년 13회, 2015년 8회, 2016년 5회, 2017년 5회에 이어 올해 1회로 확 줄었다. 이마저도 군부대의 콩 농사 실태를 위한 요해였다. 반면 전체 공개활동 가운데 현지지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집권 초기 14%대에서 올해 8월 21일 기준 52%까지 늘어났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이날 현지지도에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황병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조용원, 김영환 등이 동행했다. 출처=노동신문


 
김정은 위원장이 황해남도 금산포젓갈공장에서 제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을 보도한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 사진. 김위원장 뒤에 최룡해 부위원장 겸 조직부장, 맨 오른쪽에 황병서 얼굴이 보인다. 연합 자료사진
최근 김 위원장의 눈에 띄는 현지지도 행보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6월30일∼8월21일 54일 동안 연쇄적으로 북한의 각 지방을 돌아본 일이다. 그는 이 기간 평안도, 함경북도, 황해도, 양강도 등 총 7개 지역의 생산현장 30곳에 대해 현지지도를 했다. 1.8일마다 1곳을 찾은 강행군을 소화한 셈이다. 삼복 철에 이뤄진 전체 30회 현지지도에서 주목되는 점은 김 위원장의 일정을 수행한 인물이 주로 정권의 핵심 권력기관인 노동당 조직지도부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30회 가운데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30회, 황병서 제1부부장이 27회, 오일정 부부장이 20회를 수행했다. 홍 연구위원은 “현재 당 조직지도부의 위상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증거”라며 “김 위원장 통치의 핵심은 당 중심, 당 조직지도부 중심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북한 공식매체인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다룬 방식도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주로 생산현장 성과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최고지도자가 근로자들을 치하하는 평이한 내용의 보도가 아니라 김 위원장이 간부들을 적나라하게 질타한 발언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김 위원장이 시설을 둘러보고 “정말 너절하다”거나 “(책임일꾼들이) 덜 돼먹었다”며 고강도 질책을 쏟아낸 목소리가 그대로 공개됐다. 홍 연구위원은 이러한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경제부문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 △ 관료들의 형식주의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 △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조바심 반영 등으로 해석했다.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여러 장의 사진과 항공기를 이용한 부감 사진까지 활용해 비주얼을 강화한 것은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작품일 것으로 홍 연구위원은 추정했다.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황해남도 금산포젓갈공장 시찰 모습. 시원한 차림의 김 위원장은 부인리설주 여사와 함께 젓갈공장을 둘러보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연합 자료사진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동행한 아내 리설주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리설주는 올해 들어 부쩍 김 위원장의 경제 행보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다. 화장품, 제약, 식료품, 가방, 식당 등 경공업과 인민생활이 주를 이루지만 건설 현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리설주의 호칭도 북중·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여사’였다가 경제부문 현지지도 수행 시에는 본래 호칭인 ‘동지’로 불렸다. 홍 연구위원은 “경제부문 현지지도 수행이 증가한 것과 동지로의 호칭 변화는 외교적 격식 차원이 아닌 실질적 수행자로서의 위상에 맞게 호칭은 변경한 것”이라며 “향후 경제운용과 관련해 리설주의 수행과 활약이 예상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현지지도란=북한 최고지도자의 독특한 통치방식으로 당·정·군 산하 공장과 기업소 등 생산 시설과 건설장이나 교육 기관을 비롯한 다양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도하는 활동을 말한다. 북한 주민에게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주고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

김민서 기자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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