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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24시간 에어컨 트는 베트남…'전기요금 폭탄' 걱정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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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9 05:00:00      수정 : 2018-08-29 07:04:46
올여름 역대 전국 최고기온 기록이 깨지는 등 재난 수준의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예년과 달리 장시간동안 에어컨을 킨 경우가 많아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한시적인 누진제 완화 조치로 가정의 전기요금 걱정을 덜어 준 것은 뒤늦게나마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철 폭염이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정부가 폭염을 재난의 범위에 넣어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재난안전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폭염시 냉방권을 기본적인 인권과 복지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도한 전기요금 걱정으로 꼭 필요할 때도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내년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폭염이 지속될 경우 누진제를 완화 혹은 폐지해 서민들이 과도한 전기요금 부담 없이 에어컨을 켤 수 있게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는 앞으로도 공론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6년 여름 전기요금 폭탄으로 그해 겨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6단계에서 3단계로 완화됐지만, 아직도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보다 누진율이 높은 편입니다.

전력 낭비를 줄이는 누진제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형평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전체의 13∼14%에 그치고 있으며, 나머지 전력은 산업용과 일반용 등으로 소비됩니다. 누진도 없고 요금도 낮습니다. 에어컨을 튼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가의 전기요금을 가정이 보전해주는 꼴입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제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누진제 순기능을 살리면서 형평성을 유지하려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다른 전기요금을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나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조치들은 기록적인 폭염이 덮친 올해 여름철에만 적용되는데, 이번 기회에 전기요금 누진제의 기본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7∼8월 누진제 완화로 올 여름 냉방기 사용에 대한 부담이 일부 줄었지만, 매년 여름마다 누진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도 폭염이 한참 진행된 뒤에 대책을 내놓아 '땜질 처방'에 그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하고 7∼8월 누진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요금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1·2단계의 상한선을 각 100㎾h(킬로와트시) 올리는 게 골자다.

2015년과 2016년에 시행한 누진제 한시 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2016년 8월 한시적으로 7∼9월 구간별 사용량을 50kWh씩 확대했는데 올해에는 100kWh씩 늘린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1512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월평균 1만370원(19.5%)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청구된 7월 요금에 인하분을 소급하기로 했지만, 요금 걱정 때문에 그동안 냉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민을 도울 방법은 없다.

◆전기요금 걱정, 에어컨 냉방 자제했던 이들 적지않아

매년 반복되는 누진제 논란을 피하려면 근본적으로는 폐지밖에 답이 없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6년 말 원래 6단계인 누진제를 3단계로 개편, 구간을 더 개편하는 방식으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에 한계가 있다.

당국은 누진제에 대한 더 근본적인 대안으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요금 선택권을 부여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것으로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는 이미 도입됐다.

올해 하반기에 스마트계량기(AMI)가 보급된 가구를 중심으로 계시별 요금제 실증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세종 스마트시티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계시별 요금제의 필수 인프라인 AMI를 전국 2250만 가구에 보급하는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여 "누진제 유지하되 구간 조정" vs 야 "누진제 폐지해야"

여야는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존폐 문제에 대해 상당한 이견을 보였다.

여당은 서민 복지 측면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유지하되 누진제 구간을 조정해 서민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고, 야당은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거론하며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진제를 폐지하면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전기요금은 올라가고,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의 전기요금은 대폭 인하돼 서민부담이 늘어난다"며 "서민 복지 측면에서 가정용 누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다만 에어컨을 사용할 때 부담을 느끼면 안 되기 때문에 7∼9월에는 누진제 구간을 조정해 가정에서 전기를 많이 쓴다 해도 요금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당 이훈 의원은 "전력 사용량 200kWh 이하인 누진제 1단계에 해당하는 가구가 1인 가구인지 다인 가구인지 등에 관한 분명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며 "1인 가구가 곧 저소득층이라고 볼 수는 없다. 누진제 폐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가지려면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하지 말고, 가정도 전기를 쓴 만큼 돈을 내도록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기업들은 적은 돈을 내고 전기를 쓰는데, 전체 전기 소비량의 13.5%만 차지하는 가정에서 전기요금을 벌충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보다 경제 사정이 안 좋은 베트남도 24시간 내내 에어컨을 틀고 있는데, 우리 국민이 베트남보다 여름에 덥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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