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은 26일 최근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서울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용산재개발’이란 붉은색 글씨 아래 부동산 매물 안내표가 빼곡히 붙어 있다. 뉴시스 |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37% 올라 30주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서울시내 25개구 모두 상승폭이 확대됐고, 특히 동작(0.80%)·양천(0.56%)·영등포(0.51%)·용산(0.45%) 등 비강남권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에 대해 “시중의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과 강북 개발 계획 발표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강남·북 균형개발 전략까지 내놓으면서 강북 상승세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날 그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으로 부동산시장이 들썩였다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여의도·용산 개발은 이미 이전에도 발표한 내용이고 추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며 “그럼에도 이 계획이 재개발 관점으로 해석되고 관련 기사가 확산하며 부동산 과열 조짐이 생기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서울의 부동산 과열은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른 종합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며 “부동산 문제에 관해선 여러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 역할이 중요하지만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개 숙인 朴시장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하는 등 부동산시장 과열 조장 비판을 받아 온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26일 서울시청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너무 뒤늦은 수습”이라며 “이미 가속도가 붙은 서울 집값이 개발 계획 보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이 개발 계획을 너무 섣부르게 발표했다가 오늘 보류 발표로 결국 자신의 실책을 시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박 시장과 서울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이 ‘집값 안정 시’까지라는 꼬리표를 달아 언제 개발 계획이 재추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근 가격 오름세에 편승해 매수한 계약자들 사이에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여의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 예정대로 개발 계획이 발표될지 의문이긴 했지만 최근 집을 산 사람들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보다 도시계획 입안 권한을 갖고 있는 박원순 시장을 더 믿었다”며 “소식을 접한 집주인과 매수자들의 문의가 빗발칠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용산재개발’이란 붉은색 글씨 아래 부동산 매물 안내표가 빼곡히 붙어 있다. 뉴시스 |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최근에 계약하고 아직 잔금을 안 치른 것들이 많은데, 계약자들의 항의 전화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선영·김유나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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