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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헤어지기가 두렵다”… 잇단 ‘이별범죄’에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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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5 14:00:00 수정 : 2018-08-26 09: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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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살해·미수 年 100건↑… “처벌 강화해야” #1.지난 11일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 현관 앞에서 A(51)씨가 내연녀 B(50)씨와 그의 아들들, 사촌 등 4명에게 시너 4리터(L)를 뿌린 뒤 불을 지르려고 한 사건이 발생했다. B씨 일행은 즉시 집 안으로 대피해 신고를 했고, A씨는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만취 상태였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만나주지 않아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2.인천지법은 지난달 8일 “헤어지자”고 한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가학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C(27)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C씨는 올해 3월 여자친구 D씨를 알루미늄 마대자루와 철제 냄비 등으로 마구 때리고 그의 휴대전화를 부순 것으로 전해졌다. D씨의 반려견을 거실 바닥에 내던져 죽이기도 했다.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대상으로 폭행 등을 저지르는 ‘이별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도가 심하면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긴다. 대부분 이별범죄 사건의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가 여성이라 여성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물리적인 폭력 외에 연인 간 성관계 영상 유포 등 ‘리벤지 포르노’ 범죄도 기승이다.

25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공개한 언론 보도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09∼2017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뻔한 여성’은 14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살해된 여성이 최소 85명, 살인미수 등 피해를 겪은 여성이 최소 103명이었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가해 남성의 범행 동기는 ‘피해 여성이 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66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발적인 범행’이 43명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이 24명, ‘자신을 무시해서’가 16명, ‘성관계를 거부해서’가 3명으로 파악됐다. 살인 사건의 경우 ‘우발적인 범행’이 대부분이었다.

2016년 자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피해 여성이 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63명, ‘우발적인 범행’이 59건,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22명, ‘기타’가 19명, ‘자신을 무시해서’가 14명, ‘고소 관련 갈등’이 7명, ‘성관계를 거부해서’가 3명 등의 순으로 여성 살인 또는 살인미수 사건의 이유로 집계됐다.

꼭 신체적 폭력 행사가 아니더라도 연인 간 성관계 영상이나 상대방의 사진 등을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지법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여자친구의 지인에게 전송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 E(24)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논란이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은 물론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E씨는 피해를 변상하거나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젊어서 자신의 성행을 개선할 가능성이 기대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각종 이별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서 불안에 떠는 여성이 늘고 있다. 남자친구와 2년째 교제 중이라는 직장인 박모(27·여)씨는 “지금 남자친구는 아닐 거라고 믿지만 한 번씩 욱하는 걸 보면 헤어지고 난 뒤에 어떻게 돌변할 지 몰라 걱정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여초 카페 등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공간 등에서는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전이별이란 이별 과정에서 스토킹이나 감금·구타·협박 같은 폭력 없이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지킨 채로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다. 사귀던 사람과 이별하는 과정에서도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는, 다소 씁쓸한 신조어다.

정부나 수사기관이 이별범죄를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별범죄에 대한 처벌이라도 엄격하게 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귀는 사이라고 해서 상대방을 소유했다고 여기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별범죄를 근절하기가 어렵다”며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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