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천지법은 지난달 8일 “헤어지자”고 한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가학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C(27)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C씨는 올해 3월 여자친구 D씨를 알루미늄 마대자루와 철제 냄비 등으로 마구 때리고 그의 휴대전화를 부순 것으로 전해졌다. D씨의 반려견을 거실 바닥에 내던져 죽이기도 했다.
25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공개한 언론 보도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09∼2017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뻔한 여성’은 14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살해된 여성이 최소 85명, 살인미수 등 피해를 겪은 여성이 최소 103명이었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가해 남성의 범행 동기는 ‘피해 여성이 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66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발적인 범행’이 43명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이 24명, ‘자신을 무시해서’가 16명, ‘성관계를 거부해서’가 3명으로 파악됐다. 살인 사건의 경우 ‘우발적인 범행’이 대부분이었다.
2016년 자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피해 여성이 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63명, ‘우발적인 범행’이 59건,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22명, ‘기타’가 19명, ‘자신을 무시해서’가 14명, ‘고소 관련 갈등’이 7명, ‘성관계를 거부해서’가 3명 등의 순으로 여성 살인 또는 살인미수 사건의 이유로 집계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은 물론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E씨는 피해를 변상하거나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젊어서 자신의 성행을 개선할 가능성이 기대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각종 이별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서 불안에 떠는 여성이 늘고 있다. 남자친구와 2년째 교제 중이라는 직장인 박모(27·여)씨는 “지금 남자친구는 아닐 거라고 믿지만 한 번씩 욱하는 걸 보면 헤어지고 난 뒤에 어떻게 돌변할 지 몰라 걱정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여초 카페 등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부나 수사기관이 이별범죄를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별범죄에 대한 처벌이라도 엄격하게 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귀는 사이라고 해서 상대방을 소유했다고 여기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별범죄를 근절하기가 어렵다”며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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