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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세상에 사는 사람들… 의사이자 인류학자의 고찰

입력 : 2018-08-25 03:00:00 수정 : 2018-08-24 2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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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 지음/이민아 옮김/알마/1만8500원
색맹의 섬/올리버 색스 지음/이민아 옮김/알마/1만8500원


색각 이상을 겪은 경험이 있어 색맹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올리버 색스는 색맹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태평양의 작은 섬 ‘핀지랩’과 ‘폰페이’로 향한다.

그는 빛깔을 구분할 수 없으나 “우리가 그저 ‘잿빛’ 한마디로 끝내버릴 질감과 농담에 관해서라면 제아무리 미묘한 것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언어를 가진, 그런 문화”를 찾아 나선다. 색맹에다가 환한 빛은 쳐다볼 수도 없는 ‘마스쿤’을 안고 살아가는 섬사람들과 마주한 그는 색맹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마침내 무채색 세계의 경이로움을 전한다.

그리고 ‘소철 섬’. 올리버 색스 박사는 소철이 가득한 섬의 주민들이 ‘리티코-보딕’이라 부르는 신경질환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괌과 로타로 떠난다. 그는 파킨슨병과 증세가 비슷한 리티코-보딕의 원인을 두고 갖가지 가능성을 검토한다. 유전, 과거의 주식인 소철 씨, 성분 함량이 특이한 우물물 등이 대상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인류학자이며 식물학자이기도 한 올리버 색스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섬사람들의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과 유적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은 그가 신경과 의사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섬의 수많은 식물들, 각 종의 특징과 식물학적 의미, 식물에 얽힌 자신의 추억을 담담히 풀어낼 때는 식물학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의사이며 그것은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다. 환자인 섬사람들과의 만남은 매번 깨달음의 연속이다. 거기에 의사, 환자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사이의 교감,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인간애만이 빛난다.

이 책은 생전에 올리버 색스가 가장 사랑했던 저작으로 꼽힌다. 타계 3주기를 맞아 새로운 장정과 표지를 만들고 문장을 다듬어 개정판을 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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