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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복사 넘어 PDF 파일 인쇄까지…불법 교재제본 여전

입력 : 2018-08-25 12:30:00 수정 : 2018-08-25 11: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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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교재 복제’ 골칫거리 / 학생 “전공서적 비싸고 너무 무거워 / 진도 다 안나가는데 사야하나” 푸념 / 올 147곳서 불법복제 9516점 압수 / 정가 2억7000만원 달해 피해 심각 / 전국 교수 50여명 모여 교재 제작 / 수업 사용뒤 무료 배포 ‘빅북’눈길 대학생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공서적을 복사한 제본을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 글을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야단을 맞았다.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면서 제본소에서도 더 이상 전공서적 본을 떠주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질문이 부끄러웠는지 해당 게시물을 곧 삭제했다.

시대가 바뀌어 교재 제본이 불법인 만큼 근절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졌으나 불법 제본 문제는 여전히 대학가의 골칫거리다. 공공연하게 제본을 제안하는 이만 없을 뿐이다. 예전에는 책을 펴서 복사하는 게 제본의 대표적인 예였다면, PDF 파일을 읽을 수 있는 기기가 늘어난 요즘은 각종 복사실이 그 온상이 되었다는 게 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복사실에 특정 PDF 파일의 인쇄를 주문하면 정가보다 훨씬 싸게 책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이 종종 관찰된다. 해외 서적의 PDF 파일을 구할 수 있는 주소를 첨부한 게시물은 지금도 볼 수 있다.

책을 스캔하는 ‘북스캔’까지 일반화돼 당국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스캔은 자신이 구입한 책을 스캐너로 떠서 해당 파일을 태블릿 PC 등에 넣어 다니는 행위를 뜻한다. 이를 두고 편의성을 위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주장과 스캔 후 구매했던 책을 되팔거나 다른 이가 스캔한 전공서적을 파일로 받는 음성적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저작권법을 어기는 행위라는 지적이 맞선다.

불법의 갈림길에 선 학생들도 할 말은 있다. 전공서적이 너무 비싸다는 하소연이다. 학기 내 진도도 다 안 나가는데 굳이 몇 만원을 주고 책을 사야 하느냐는 푸념도 한다.

대학 전공 교재의 불법 복제와 관련해 묻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15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전국 대학생 3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공서적 이용실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 학기에 전공서적 6.4권을 구매하며 평균 9만4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해 한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가 조사한 대학생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36만6000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고가는 물론이고 책이 너무 무겁다는 점도 불만 요인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학기가 끝나고 전공서적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46.4%가 “사용하지 않지만 보관한다”고 답했다. 쓰지도 못하고,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는 전공서적은 학생들에게 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2월26일∼3월30일 전국 450개 대학 중 과거 불법 교재복제가 많았던 업체들을 대상으로 ‘신학기 대학가 출판 불법복제물’ 단속을 벌인 결과 147개 업소가 적발됐으며, 종이책(1407점)과 PDF 파일(8109점) 등을 포함해 불법복제물 9516점이 압수됐다. 정가로 치면 2억7000만원에 달한다.

교재 불법복제 문제의 대안으로 '빅북’(bigbook)을 주목할 만하다. 조영복 부산대 교수를 중심으로 애초 전국의 대학교수 50여명이 힘을 모아 2013년에 세운 빅북은 교재 만들기 운동본부로 보면 된다. 교수가 교재를 집필해 수업에서 사용하고, 무료 배포해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게 설립 취지다. 현대차정몽구재단 등의 후원으로 운영 중이며, 참여한 교수에게는 소정의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빅북 관계자는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반응이 좋을 때는 여러 대학의 학생회에서 공개된 도서를 쓰고 싶다는 연락도 왔지만, 여러 사정으로 올해는 참여 교수를 모집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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