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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일자리 되레 줄고 서민 더 힘들고…설익은 경제정책의 '불편한 진실'

입력 : 2018-08-21 21:02:02 수정 : 2018-08-22 19: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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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시로 시장경제 개입해 / 중기·소상공인 고스란히 피해 / 최저임금 인상 등 부작용 심화 / 저소득층 옥죄는 사례도 늘어 /‘벼락치기 정책’ 시장 교란 우려
중소 수출기업 M사의 대표인 A(43)씨는 최근 수익이 급감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중국의 잡화판매기업 미니소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M사는 국내 원자재 공급 공장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상승으로 고정비가 늘었다는 이유로 납품 단가를 15%씩 올리는 바람에 마진율이 뚝 떨어졌다. A씨는 미니소와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어마어마한 위약금까지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라 적자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국내에선 정부가 수시로 시장에 개입하면서 ‘정치논리’가 적용될 때가 많은데, 막상 세계 시장은 철저한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돌아가고 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우리 같은 열악한 환경의 중소 수출기업들에게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취업 증가 폭이 1만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 2010년 1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처음인 '고용쇼크' 상태가 찾아온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일자리카페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대학 졸업 후 친구들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개발에 몰두해 온 B(32)씨. 몇 년 동안 특허도 여러 건 출원하는 등 업계에서 인정받게 됐지만 창업에는 실패했다.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금 선정에 우대 조건을 내건 자격을 맞출 수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의 우대 조건으로 제시한 조건에는 추가고용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정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시제품을 만드는 데 시간과 자본을 총동원해도 생존이 불투명한 초기 스타트업 특성상 정부의 ‘고용 인센티브’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건이었다. B씨는 결국 ‘벤처신화’를 일으키겠다는 오랜 꿈을 접고 평범한 취준생으로 되돌아갔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선한 의도의 경제정책들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으로 이어져 오히려 소득분위 하위계층을 옥죄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청년 고용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제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으며,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경제지표 개선을 위한 ‘벼락치기’ 일자리 정책이 본래 취지와 달리 시장만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을 자주 내놓으면 경제주체들은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글로벌 트렌드나 세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혁신기술 개발 등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자리 줄이는 일자리 정책, 서민 위협하는 서민 정책

기술 스타트업 지원 우대 조건으로 ‘고용’을 내거는 바람에 창업을 접은 B씨 사례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장래의 일자리를 희생시킨 경우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 정책도 일자리 창출과 소비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내수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장기간 세금으로 운용해야 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을 가중시켜 민간의 소비여력을 줄이고 내수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는 게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충격으로 나타났다.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은 내년에도 10.9% 인상이 확정되면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다.

중랑구는 20일구청 광장과 1층 로비에서 "일구데이(일자리 구하는 날)" 취업박람회를 개최하였다. 광진구와 동대문구가 함께 참여하는 이번 박람회는 일자리를 찾고있는 구민들에게 일자리 정보와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란을 해소해 주고자 마련되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노인,여성과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구인처 발굴을 위중랑구육아종합지원센터,대한노인회,중랑지회,맘사랑 케어 등의 업체가 참여하여 여성과 노인을위한 일자리가 다수 제공되었다.
서상배 선임기자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최저임금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3대 업종인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의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8만1000명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 폭도 5000명에 머물며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정부는 고용 창출을 위해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문재인정부가 일자리에 투입한 예산은 54조원에 달한다. 2017·2018년 본예산 36조원에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14조8000억원,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을 합친 액수다. 7월 취업자 증가 수와 투입된 예산을 단순 계산하면 일자리 1개 만드는 데 1억원 넘는 돈이 들어간 셈이다.

일자리 예산 가운데 일자리안정자금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를 지원해 근로자 고용불안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다. 근로자의 임금을 정부가 직접 지불하는 것으로, 반시장적 조치라는 비판이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며 임대 건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21일 서울 종로1가의 임대 현수막이 붙은 건물앞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소득분위 최하위층에 집중되고 있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저소득층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중견 무역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C(34·여)씨는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현 정부의 정책들이 최하위층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고용주들이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기계화 도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인데, 서민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서민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고 경쟁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좋은 취지로 입안된 각종 규제와 지원 정책들이, 각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제주체들의 이기심에 의해 당초 취지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공장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인천=이재문기자
21일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공장에 ‘공장 매매·임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인천=이재문기자
◆고용 악화 심화시키는 중소기업 지원정책

최근의 고용 악화에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책임이 있다.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한 규제가 너무 촘촘하다보니 지원금을 적재적소에 쓰기도 힘들고 지원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화장품 제조 수출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심재성 대표는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일부 업체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일련의 규제들이 정작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별도 용역을 맡겨야 할 정도의 서류를 요구하는 데다 막상 지원금을 받아도 업체에 직접 전달되지 않고 정부가 지정한 디자인, 마케팅 업체 등에 전달되는 형식이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정부가 선정한 한정된 기업들이 엄청난 일감을 가져가다보니, 자연스레 이들이 부르는 가격이 시장가격의 2~3배를 상회할 때가 많다”며 “정부가 지원 정책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지원 후 정책 효과들을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요식업'을 비롯한 숙박, 도소매업 등 4대 자영업의 폐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중인 가운데 21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의 중고 주방용품 상점에 폐업한 음식점에서 사들인 중고 주방용품들이 잔뜩 쌓으나 찾는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원기자
◆자영업 대책,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 초점 맞춰야

정부의 자영업 대책은 시장논리에 배치되는 불합리한 경제 관행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예컨대 외진 곳에 위치한 편의점은 새벽 시간대에 손님이 전무한 상태인데도 가맹본사의 방침에 따라 인건비를 지출하면서 영업하는 사례가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주들이 운영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권장한 지 오래됐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권장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국편의점협회 간부로 있는 D(64)씨는 “새벽 시간대엔 사실상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도 않는 지방 점포들이 수두룩하지만 가맹본사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있다”며 “가맹본사가 월 전기료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협박하면서 문을 열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를 묵과하는 것이야말로 잘못”이라고 말했다.

매출 조작으로 흑자 장부를 만든 뒤 가맹점을 모집하는 ‘기획형 프랜차이즈’도 수많은 퇴직자들을 울리고 있다.

이런 기획형 프랜차이즈가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 부문의 과잉공급, 출혈경쟁 사태를 낳고 있는 것이다.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E(35)씨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보 공개법’을 두고 가맹점을 모집하려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2~3년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등 규정이 까다롭다”며 “기획형 프랜차이즈를 처벌하지 않으면 잘못된 시장정보를 얻고 도산하는 소상공인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라윤·안용성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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