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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3차 남북정상회담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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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6 23:35:29 수정 : 2018-08-16 23: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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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의지 냉정한 판단 필요 / 성과만 집착하면 안보체제 위협 / 이익 반영된 구체적 로드맵 정비 / 다양한 소통 통해 역량 결집해야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했던 비핵화 논의에 시원한 소나기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9월에 개최될 예정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다시 방북할 모양새다. 자칫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비핵화 협상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약속했던 비핵화의 속도는 지연되고, 미국의 인내심은 점차 고갈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우리가 희망하는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동시발전이 위기에 처해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그렇기에 3차 남북정상회담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차 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출발점이었고, 2차 회담이 자칫 위기에 처할 수 있었던 대화 기조를 이어가는 맞춤형 회담이었다면, 3차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진실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변수가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고, 핵능력 신고와 종전선언을 교환하기로 한다면, 3차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간 교류확대와 신뢰구축에 의미 있는 진전이 예상된다. 반면 기대와 달리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끝내 무산된다면, 정부에게는 더욱 무거운 짐이 지워질 전망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 북한 비핵화에 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이끌어 낼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이든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교훈을 찾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협상전술에 대한 냉정한 판단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핵포기와 핵보유를 모두 정당화할 수 있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이상의 말과 글에 합의한 바 없다. 겉으로는 변한 척하지만 철저히 계산된 행보를 하며 변화무쌍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근거 없이 북한의 의도를 선의로 해석한다면 협상은 다시 한 번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당장의 성과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결과물에 부담을 갖게 되면 북측에 이용당한다.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여유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시적 성과에 몰입한 나머지 대북제재를 강조하는 미국과의 조율을 소홀히 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협력을 우선시한다면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다가 안보체제를 깨버리는 중대한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우리의 이익이 구체적으로 반영된 비핵화 로드맵을 정비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고집스럽게도 대화의 진전에만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그 결과 주요 사안에서 한국의 이익과 조건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이를테면 정부는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 체결 조건과 포함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진행된다면 북한과 미국만의 이익이 투영된 합의에 우리는 들러리 서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끝으로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정부가 표방하는 국민통합의 구호와 달리 대북정책과 관련해 의견이 다른 정치인이나 전문가와의 소통은 부족한 모습이다. 이래서는 과거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정부 정책이 옳다고 믿는다 해도 쓴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진정한 소통이다. 비핵평화의 소중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

“근거 없는 억측을 하지 않으셨고, 반드시 하겠다는 게 없으셨으며, 고집을 부리지 않으셨고, 나만이 옳다고 하지도 않으셨다.”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공자가 하지 않은 일 네 가지다. 2000년도 더 된 고루한 이야기 같지만 3차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참고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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