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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또 무더기 영장 기각… '특별판사' 논의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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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0 10:57:41 수정 : 2018-08-10 11: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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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위안부 관련 '재판거래' 의혹 진상규명 어려움 가중 / "이 기회에 공수처 대응할 '공재소' 만들자" 등 이색 제안도 쏟아져 검찰이 법관들의 직권남용 의혹 수사를 위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또다시 무더기로 ‘퇴짜’를 맞았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영장심사를 맡았던 판사 실명까지 공개해가며 법원을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법원의 고질인 ‘제 식구 감싸기’ 폐해를 감안할 때 이 사건 수사에 한해서라도 영장심사와 1·2심 재판을 담당할 일종의 ‘특별법원’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 "임종헌만 수사하라는 것이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직권남용 의혹과 관련해 고발당한 법관들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10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박범석 부장판사가 어제(9일) ‘사법농단’ 수사를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했다”고 발표했다. 영장을 기각한 법관 이름을 공개한 것도 그렇지만 이 사건 본질을 검찰 스스로 ‘사법농단’이라고 규정한 점도 몹시 이색적이다.

이번에 청구됐다가 기각당한 영장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민사소송을 둘러싼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과 사법행정 라인 입장에 반하는 법관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혐의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이 목표였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과 관련해 “강제징용 및 위안부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외교부 관계자들을 접촉한 행정처 전현직 근무자들, 강제징용 재판에 관여한 전현직 주심 대법관, 전현직 재판연구관들이 보관한 자료와 법관 인사 불이익 관련한 행정처 인사자료 등이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공들여 작성한 압수수색영장에 퇴짜를 놓으며 “외교부 관계자들과 접촉한 행정처 전현직 심의관들은 상관인 임종헌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임 전 기조실장만 수사해 기소하면 될 것 아니냐’는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법원이 미리 제시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전현직 주심 대법관 등 자료를 살펴보려는 검찰 의도에 대해선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지난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 때부터 줄곧 논란이 되고 있는 판사들 인사 불이익 정황과 관련해서도 “적어도 피해자 본인이 통상적 인사 패턴에 어긋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진술하는 정도의 소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시민들, "허언석 말고 새 영장판사를!"

연일 들려오는 법관 수사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 소식에 검찰 수사팀보다 더 분노한 건 평범한 시민들이다. 판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법원이 본격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법부에 비판적인 일부 누리꾼 사이에선 ‘허언석’이란 신조어와 함께 “허언석을 대체할 새 영장전담 재판부를 꾸리자”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허언석’이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허경호·이언학·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3명의 이름을 조합해 만든 용어다.

당장 정치권과 재야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 사건 수사와 재판에 한해서라도 ‘특별법원’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판사들의 직권남용 의혹이 핵심 수사 대상인 만큼 현직 법관들한테 관련 영장의 심사와 사건 재판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현직 검찰 관계자가 연루된 사건이나 검사들이 정권 눈치를 보는 사건은 국회가 입법으로 ‘특별검사’를 도입해 수사와 기소를 맡기는 것처럼 법원 관계자가 연루된 사건이나 판사들이 대법원장 등 사법부 지휘부 눈치를 보는 사건은 국회가 입법으로 ‘특별판사’를 임명해 영장심사와 재판을 담당하게 하자는 논리다. 물론 특별법원을 도입하더라도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규정한 현행 헌법 규정에 따라 특별법원은 1·2심까지만 맡고 상고심은 대법원이 맡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곧 신설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응할 특수법원을 이 기회에 따로 만들어 공수처와 함께 운영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공수처가 진작 설치됐다면 현재 진행 중인 판사들의 직권남용 의혹 수사는 공수처 소관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특수법원의 이름은 ‘고위공직자범죄재판소’(공재소)로 하고 공수처가 수사하는 사건의 영장심사와 함께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들의 1·2심 재판을 담당하게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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