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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와 가짜 결혼까지…분양권 불법 당첨 '끝판왕'

입력 : 2018-08-08 19:32:54 수정 : 2018-08-08 21: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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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불법 전매 백태 / 아파트 청약통장 수백개 사들여 / 가족·주소지 조작 243건 분양권 따 / ‘떴다방’ 등에 팔아 부당이득 챙겨 / 전매 총책 등 1090명 무더기 적발 / “허술한 청약요건 강화 필요” 지적
2014년 A씨는 B(여)씨와 결혼한 뒤 부산의 아파트 분양신청을 했다. 부부는 부양하는 직계존비속이 각각 4명, 3명이라서 무난히 당첨됐다.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B씨와 이혼하고 B씨 여동생인 C씨와 재혼했다. A씨는 이번에는 울산의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됐다. 다시 이혼한 A씨는 자매의 사촌 여동생 D씨와 결혼해 세종의 아파트 분양권을 얻었다. 모두 아파트 분양권을 얻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한 위장결혼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얻기 위해 위장결혼이나 위장전입을 하고 분양권을 불법으로 전매한 109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는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는 불법행위다. 단속이 쉽지 않아 청약 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8일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 분양권을 불법 전매한 혐의(주택법 위반) 등으로 총책 E(51)씨를 구속하고 작업책 3명과 범죄에 가담한 112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전매 사실이 드러난 974명도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E씨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가 적용 법규의 형량 자체가 낮아 모두 불구속입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E씨와 작업책 3명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청약통장 332개를 사들여 분양권 243건을 취득한 뒤 웃돈을 얹어 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청약통장 1개당 200만~1000만원을 주고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청약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오르기 위해 통장 명의자끼리 서류상 결혼을 시키거나 허위로 주소지 전입신고를 했다. 일례로 부양가족 7명을 둔 F씨는 아파트 청약을 위해 서울과 부산, 울산 등지로 8차례 위장전입을 해 7차례나 당첨됐다. 저마다 다자녀를 둔 G씨와 F씨는 위장결혼 후 자신들과 자녀 명의로 청약을 신청해 분양권을 얻었다.

전입신고의 경우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민원24’로도 신청할 수 있어 통장을 매입한 총책이 명의자 모르게 위장전입을 신청한 사례도 있었다. 위장결혼이나 위장전입은 청약 과정에서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아 널리 악용되는 수법 중 하나다.

이들은 주로 분양가보다 매매가가 높은 서울, 수도권 신도시, 세종, 부산 등지의 아파트 분양권을 노렸다. 이번에 입건된 974명은 서울(43명)과 위례·하남(111명), 다산(446명), 광교·동탄(374명)에서 분양권을 전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되면 속칭 ‘떴다방’이나 부동산업자 등을 통해 건당 1000만~1억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전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243건의 부정청약 사례에 대한 분양권 취소를 국토교통부에 의뢰하고 불법전매가 확인된 974건은 국세청에 통보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남규희 계장은 “현행 아파트 청약은 분양공고 이전에 혼인하거나 주소이전을 완료하면 가능한 구조”라며 “위장결혼이나 위장전입을 이용한 분양권 부정 당첨 근절을 위해선 청약 요건을 강화하는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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