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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우리 문화재 바로알기] “20개국에 17만점 뿔뿔이… 환수 요구·한국 알리기 활용해야”

입력 : 2018-08-06 21:17:04 수정 : 2018-08-06 21: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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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 외교·선물·매매 등 통해 해외로 유출 / 약탈된 건 주도면밀히 준비해 받아야 / 유출경로·상태 등 실태조사 선행 필수 /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처리도 지원을/ 한국 것인 줄 모르는 사례 종종 있어 / 용도·시대 짚어주면 전시·교육 도움 / 기증받기 어렵다면 후원금으로 매입 / 긴 안목으로 좀 더 냉정한 접근 필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국 문화재 17만여점은 우리의 자랑이다. 한국 문화를 해외 현지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동시에 힘없던 시절 맥없이 빼앗겨 여지껏 찾아오지 못했으니 상처난 자존심이다.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에 담긴 의미와 가치가 막대하다 보니 오해와 편견이 따르기도 한다. 세계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해외의 우리 문화재 이야기를 20회에 걸쳐 연재한다. 유출 경로에서부터 현지활용, 환수 방식까지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소개한다.

17만2316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파악하고 있는 국외 소재 문화재 현황이다. 지난 4월 기준이며 20개국에 흩어져 있다. 누군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주장하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문화재가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타국에 떨어졌을까. 의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일제강점기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일제가 우리의 모든 것을 약탈하고 훼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그 시절 수많은 문화재가 유출됐다. 하지만 국외 소재 문화재가 약탈당한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외교와 선물, 매매 등 다양한 방식을 거쳐 해외로 나갔다. 이런 이유로 국외 소재 문화재는 마땅히 돌려받아야 할 환수의 대상이며, 동시에 지금 있는 그곳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활용의 대상이 된다. 어떻게 돌려받을 것이며, 해외 현지 활용은 어떠해야 할까. 타국의 개인 혹은 기관, 정부의 소유이다 보니 이런 고민은 더욱 깊고 복잡한 것일 수밖에 없다.
6일 서울 중구 재단 사무실에 만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건길 이사장은 “문화재의 유출 경로를 파악해 약탈당한 것을 중심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국외 소재 문화재 실태조사와 현지 활용에 대해서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재단 지건길 이사장은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접근이어야 실질적이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인터뷰는 6일 서울 중구의 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일본에 우리 문화재가 가장 많다는 건 역시 약탈당한 게 다수라는 의미인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제강점기는 도굴이 일상화되다시피 한 시절이었다. 우리가 힘이 없었던 때이다 보니 빼앗긴 것이 상당히 많다. 우리가 피해국이 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여건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불법부당하게 유출된 유물은 아니다. 우리와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긴 세월을 살아왔다. 일제강점기 이전에 선물로 보낸 것도 있고, 양국이 (외교적인 이유로) 교환하거나 교역을 통해 건너가기도 했다.”

-선의의 관계에서 비롯된 문화재 이동은 어떤 게 있나.

“조선에서 일본에 파견한 통신사가 가져간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통신사는 (일본에서 일어난) 한류의 첫걸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통신사가 오가면서 많은 문물이 일본에 전파됐다. 이런 점을 분명히 하고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유출에 선의와 악의가 혼재되어 있고, 그것을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면 각각의 문화재의 정확한 현황과 유출 경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지 이사장은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어떤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고, 그 내용과 가치, 소장 경위, 보존 상태 등은 어떠한지 파악하는 작업이 실태조사다. 재단의 성과를 문화재 환수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업무의 상당 부분은 해외 현지 실태조사이며 상당한 결과를 축적한 상태다.

“세계 각국의 유수 기관은 물론 개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 실태조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 평소에 다방면의 교류를 하면서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자기네 소유라며 협조적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체로 협조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 것인 줄 모르는 사례가 종종 있다. 우리 문화재를 중국이나 일본 것으로 분류해 놓은 경우도 있어서 재단에서 정정을 해주면 좋아한다. 국적뿐만이 아니라 용도, 시대, 속성 등을 이야기해 주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앞으로 그 문화재를 전시하거나 교육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외 소재 문화재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활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장 기관이 수장고에만 넣어두면 한국 문화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다. 가능하면 전시해서 우리 문화를 현지에 알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령 각국에 우리의 전적이 많은데 한국의 탁월한 인쇄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해외 주요 박물관에 한국실이 많이 생겼지만 전시된 유물이 충분치 않은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구색을 갖추려 한국실을 만든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얼핏 받을 때가 있다.”

현지 활용을 이야기할 때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적절한 보존이다. 소장처·소장자의 여건 미비, 한국 문화재에 맞는 보존 지식이나 전문인력의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한 보존조치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훼손된 상태에서 활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외 소재 문화재의 보존처리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단은 수년째 보존처리 지원을 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화조도자수병풍 등 4개국 6개 기관 24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 이사장은 “서화류의 훼손이 특히 심하다. 우리가 가서 직접 손을 봐주든가, 가져오라고 해서 보존처리를 해주기도 한다”며 “우리 문화재를 그들 스스로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역량을 배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외 소재 문화재에 대한 접근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환수다. 지 이사장의 말처럼 유출경로가 다양하긴 하지만 약탈당한 것이 상당하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집요하고 주도면밀하게 돌려줄 것을 요구해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화재가 환수의 대상인가.

“무엇보다 약탈당한 문화재를 돌려받아야 한다. 재단이 6년 전 설립된 것도 약탈당한 문화재를 환수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과 정책적 의지에서 비롯됐다. 또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 중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탁월하지만 국내에는 없는 문화재라면 되도록 다시 들여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환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유출경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도 쉽지가 않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우리가 힘이 없고 혼란했던 시절에 많이 유출돼 경로를 파악하는 게 어렵다.”

-약탈문화재가 아닌 경우라면 구매나 기증 등 환수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기증이 최선이지만 구입을 해야 하는 사례도 많다. 가치가 높은 문화재들 중 사유재산으로 정당하게 거래되는 경우는 기증받는 것이 어렵다면 적정한 보상을 하여 매입해야 한다. 매입의 경우엔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뜻있는 기업이나 후원자들의 협력이 반갑게 느껴진다. 중국은 해외로 빠져나간 문화재가 엄청난데, 구입에도 굉장히 적극적이다.”

-주목할 만한 환수 사례를 소개해 준다면.

“지난해 일본인 소장자에게서 기증받은 이선제 묘지(墓誌·죽은 사람의 이름, 신분, 행적을 기록한 글. 사기판이나 돌에 새겨 무덤에 함께 묻음)가 있다.”

조선 전기 호남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관료인 이선제의 무덤에 묻힌 이 묘지는 248자의 글자를 새겨 주인의 생애와 가계, 제작연대도 밝히고 있다. 또 위패형식이지만 지붕과 받침이 없어 다른 분청사기 묘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작품으로 역사적, 미술사적으로 큰 가치를 평가받아 환수된 지 얼마 안 된 지난 6월 보물로 지정됐다.

지 이사장은 “국외 소재 문화재의 조건 없는 환수에 대한 염원은 우리 모두의 애국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은 안다”면서도 “다만 유출경위가 불분명한 것이 대부분이고, 문화재마다 소유권이나 현지 법령 등이 제각각인 상황을 고려해 국외 소재 문화재의 환수에 대해서는 긴 안목으로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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