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 중국 축구는 일찌감치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아시아 지역예선 초반 1무3패로 죽을 쑤자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70·이탈리아) 감독을 영입했고, 이후 3승2무1패를 기록하며 막판 추격을 펼쳤다. 특히 예선 6차전에선 안방에서 한국을 맞아 1-0으로 이기며 기세를 올렸다. 한국과의 역대 전적은 18승13무2패로 ‘공한증’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리피 감독 체제에서 치른 2경기에서 1승1무로 반등에 성공했다. 여기에 중국 톈진일보에 따르면 히딩크 전 감독과 2020 도쿄올림픽까지 21세 이하 대표팀을 맡기기 위해 계약을 추진 중이다. 리피 감독의 연봉이 2300만유로(약 300억원)인 걸 감안하면 히딩크 전 감독의 몸값은 약 150억~200억원선으로 추정된다. 내로라하는 두 감독에게 중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맡기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아시아 축구를 집어삼키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협회는 김판곤(49)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에게 감독 선임 전권을 주고 “최종 감독 선임을 발표하기 전까지 공식적인 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아 둔 상태다. 협회는 월드컵 직전 히딩크 전 감독의 간접적인 ‘러브콜’을 묵살했는데, ‘포스트 신태용호’를 구성하는 것 역시 일부 수뇌부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다. 이래서야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적임자를 데려올 수 있겠냐는 우려가 높다. 협회의 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월드컵 감독 선임 취재 과정에서 “내가 한국 축구를 좌우하니 보도를 멋대로 하지 말라”며 호통을 쳤다. 월드컵 이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A급 지도자들은 둥지를 찾고, 축구팬들의 한숨만 커지는 판국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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