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경기는 하루 일정으로 32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인 데다 외국 시청자를 고려하여 늦게 시작된 이날 경기는 밤 12가 다 되어 가서야 결승전이 시작됐다.
2세트 경기 중 이 선수는 ‘아 맞다, 셧다운 당하는데’ 라는 글을 남긴 후 초반 올인 전략을 사용하여 게임을 패배하였다. 이후 선수는 다른 아이디로 결승전을 진행했지만 결국 1대 4로 패배, 상금 500달러를 놓치고 말았다. 그는 당시 중3으로 12시가 지나면 셧다운제로 게임접속이 강제로 차단된다.
‘셧다운제도’에 ‘온라인 게임규제’, ‘웹보드 게임규제’ 등 게임업계는 정부규제에 울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세계일병관리본부(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코드화로 등재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안팎에서 잡음이 들린다. 한국이 게임에 대한 규제에 시간을 끄는 사이 중국은 게임을 중점 육성 산업으로 지정하며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셧다운에 각종 결제제한, 성인 경제권 침해 여지도
3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국내 게임산업 규제는 세 가지로 나뉜다. 청소년의 심야시간(00시~06시) 인터넷 게임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월 결제 금액을 성인 50만원·청소년 7만원으로 제한하는 ‘온라인 게임 규제’, 월 결제액과 1회 배팅 한도를 30만원·5만원 등으로 제한하는 ‘웹보드 게임규제’도 있다.
특히 웹보드게임 규제로 인해 국내 윕보드게임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웹보드게임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6370억원에서 2016년 기준 2268억 원으로 줄었으며, 주요 웹보드게임 영업이익 또한 2013년 기준 290억 원에서 2016년 기준 540억 원까지 약 81% 감소했다. 공공연하게 국내 웹보드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이 해외 웹보드게임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사례도 들려온다.
게임업계나 실제 이용자들은 “성인 이용자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최근 게임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별 확률 공개, 게임 내 확률 공개, 게임 내 위치 안내 등 자율 규제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정부는 현재 PC온라인 월 50만원 결제 한도에 대한 폐지 여부를 올 하반기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민·관 합동 게임규제 개선협의체는 결제 한도 문제 관련 논의 결과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또 확률형 아이템 대책 등 성인의 합리적 게임소비를 돕기 위한 보완 장치마련을 전제로 PC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성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검토했다.
문체부가 추진하는 개선 방향에 따르면 성인 월 결제 한도 50만원은 민·관 합동 게임규제 개선협의체에서 건의한 내용과 업계의 자율규제 이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폐지가 결정된다.

◆국내 게임산업 성장 주춤, 중국 텐센트 공룡 탄생
국내 게임산업이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사이 중국은 텐센트라는 거대 게임 기업을 탄생시켰다. 공룡 기업이라 불리는 중국 텐센트의 매출은 20조원 이상에 달해 우리 전체 게임 산업 규모를 넘어섰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경우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빅3가 최근 조 단위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상황이다.
텐센트는 2010년 이후 미국의 대표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 유비소프트, 에픽게임즈의 지분을 매입하고,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다. 한국에서는 국내 1위 업체 넷마블의 3대 주주이며 최근엔 중견 게임 업체 블루홀의 지분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바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세계 게임업계에 투자된 42억달러(약 4조7000억원) 중에 40%(약 17억달러)가 텐센트에서 나왔다.
전방위 투자로 몸집을 불려 나간 텐센트는 올해 1분기 매출 12조6000억원, 순이익 4조원을 기록했다.
텐센트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도움의 있기에 가능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12년 게임을 11대 중점산업에 포함시키며 자국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게임산업은 지난해 30%가 넘는 성장을 보였다.
반면 국내 게임산업은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게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 2013~2016년 4년간 게임산업 평균 성장률은 3.85%로 눈에 띄게 감소했고 지난해는 2.9%, 올해는 2.1%까지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나라경제 7월호를 통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내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규제에 대해 재검토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셧다운제는 많게는 수십명의 개발자가 수개월을 투자해야만 시행 가능한 규제장치로, 개인 연령 및 이용시간 체크, 계정별 트래픽 분석 등을 강제하는 결과로 이어져 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중소업체들을 고사시켰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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