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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로 한 타 한 타… 톰 행크스 소설은 어떨까?

입력 : 2018-08-04 03:00:00 수정 : 2018-08-03 19: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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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매일 타자기 치는 남자 / 행크스는 타자기 수집가로 유명 / 틈틈이 집필한 소설 17편 선보여 / 여러 인종과 계층의 사람들 등장 /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향수 자극
톰 행크스 지음/부희령 옮김/책세상/1만6000원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톰 행크스 지음/부희령 옮김/책세상/1만6000원

“요즘은 아무도 타자기를 가지고 있지 않고 칠 줄도 몰라요. 타자기로 친 편지들은 특별해 보이죠. 컴퓨터로 작성한 편지들을 가지고 와서 타자기로 다시 쳐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특별한 편지로 만들고 싶은 거죠. 밸런타인데이나 어머니날이 되면, 저는 여기서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빙 둘러서 줄을 선 사람들이 내미는 종이들을 받아 타자로 쳐 줍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요금을 받았으면, 유명한 꽃집 주인들만큼 돈을 벌었을 겁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톰 행크스는 타자기 수집가다. 크리스마스 때나 새해엔 으레 타자기로 편지를 대신 써주느라 바빴다. 그는 1978년부터 타자기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엔틱 타자기’에서부터 조지 버나드 쇼가 직접 사용했던 타자기까지 100여대의 타자기를 소장하고 있다. 트루먼 대통령이 쓴 카포티도 있다. 로열, 언더우드, 올림피아, IBM, 해먼드, 레밍턴 등 타자기 종류도 가지가지다. 타자기마다 특징적인 글꼴이 있다. 추리소설에서 편지글을 보고 사용된 타자기 종류를 알아내는 것은 흔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파일럿으로 분한 톰 행크스의 모습이다. 영화는 비행 중 허드슨강으로 비상 착륙에 성공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2015년 이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거의 매일 타자기로 글을 썼다고 한다. 여행을 하거나 휴가를 즐길 때도 거르지 않았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롤 모델이 되었다. 미국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있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노력하는 행동 자체가 살면서 믿음을 지켜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노력해야 한다.” 김연아 선수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연아는 “기본을 철저히 하고 꾸준히 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톰 행크스에게도 들어맞는 말이다. 톰은 작가로서 성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타자기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그 타자기로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톰이 쓴 소설집에는 열일곱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러 인종과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머니의 유산을 받아서 반은 백수처럼 생활하는 부동산중개인 남자, 1분1초를 허투루 쓰지 않는 활력과 성취 욕구를 지닌 사업가이자 유럽에서 이민 온 조부모를 둔 여자, 미국으로 밀항한 불가리아 이민자의 이야기나 2차대전 때 유럽에서 독일군과 싸웠던 참전용사의 이야기도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들 속에는 각기 다른 타자기가 등장한다. 톰은 타자기와 속삭이듯이 글을 썼다. 

2013년 8월 뉴욕타임스에 톰이 기고한 에세이 한 토막이다. “타자기를 치다가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듣다 보면 마치 마음의 대장간에서 글을 뜨겁게 다듬는 대장장이가 된 기분이다. 타자기를 두드리는 손의 움직임과 감촉을 통해서도 즐거움을 맛본다.”

톰은 2014년 8월 아이패드용 타자기 앱 ‘행스 라이터’(Hanx Writer)를 출시하기도 했다. 타자기로 글쓰는 즐거움을 알리려는 열망에서다.

“미래의 제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마음으로 쓴 명상록을 읽게 하고 싶어요. 종이 한 장 한 장에 직접 한 글자씩 타자로 쳐서 써 줄 겁니다. 진정한 의식의 흐름을 기록한 종이들을 신발 상자에 잘 넣어둘 겁니다. 아이들이 그것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 인간의 조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할리우드 배우가 글쓰는 제주까지 지녔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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