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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여의도학파] ②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부동산도 주식처럼 냉정한 가치평가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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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31 15:58:27 수정 : 2018-08-01 11: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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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부동산 시장에 여의도학파가 뜨고 있다. 명리학·주역·풍수지리 등 과거 부동산 시장을 주름잡았던 비과학적 이론 대신 여의도 금융가에서 쓰는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분석체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그 주인공이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새로운 부동산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는 여의도학파 대표 주자 4인방이 말하는 부동산 이야기를 연재한다.

매월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꼭 찾아보는 보고서가 있다. 바로 ‘이상우 애널리스트의 부동산 라이프’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건설·부동산 연구위원이 보조 연구원 1명과 함께 그 달의 주요 부동산 이슈와 분양주택 정보, 주택 매매가격 동향 등을 종합해 만드는 일종의 부동산 월간지다. 다음달로 33호가 나온다. 이 위원은 “매달 쏟아지는 수많은 부동산 뉴스를 다 챙겨볼 수 없고, 어느 지역에 개발 호재가 있다더라는 식의 단편적인 정보만 접하다 보니 좀 더 분석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의 필요성을 느껴 만들게 됐다”며 “원래 개인적으로 보려고 했던 자료인데 만들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사무실에서 부동산을 철저히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건설·부동산 연구위원. 하상윤 기자
―최근 들어 여의도학파가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이 생각보다 크다. 원래 금융 쪽은 기관 투자자들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이 아니면 설득이 안 된다. 부동산 시장에도 스마트머니(고수익의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장세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투자하는 자금)가 몰려 있는데 그동안 개인 투자자 혹은 실거주자 중심으로 흘러왔다. 기관들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정도만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기에 수익률에 기반한 자산 관점의 접근이 늘어났다. 이것이 여의도 전문가들이 관심을 받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부터 투자에 눈을 떴다고 들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대학생 때 투자동아리에 들어갔었다. 투자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주식만 하더라. (웃음) 대전에서 상경해 우연히 재건축 예정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했다. 2년 살고, 4년 살다 보니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게 보였다. 동네 부동산에 물어봤더니 ‘어처구니없이 올랐다’, ‘집값이 미쳤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많이 올랐다는 것은 가치상승에 대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이를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계량화하고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해야 비교가 된다는 것을 동아리를 통해 배웠고 이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하다보니 관심이 높아졌다.”

―부동산은 투자보다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1920∼30년대 신문 기사를 보면 쌀에 대해서는 투기라고 했다. 쌀은 필수 소비재였는데 말이다. 오히려 당시 땅에 대해서는 투자라고 했다. 그러다 1950대에 들어오면서 서서히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쌀은 정부에서 전매를 하면서 투기 개념이 사라졌다. 대신 이때부터 부동산에 투기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계기는 서울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과 맞물린다. 서울의 주택 문제가 심해졌고 정부 입장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부동산을 자산의 하나로 냉정하게 보자는 주장을 하셨던데.

“주택은 주거 기능이 담긴 독특한 자산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내가 미국에 살고 있는데 한국의 서울의 부동산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면 본인의 투자 여력을 활용해 투자를 할 수 있다. 국내라면, 부산이나 광주에 살고 있더라도 서울의 부동산이 오를 것 같으면 다른 지역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이것을 투기의 관점으로 보면 모두가 투기꾼이 된다. 오를 것이라는 생각 자체는 이미 가치평가를 했다는 의미다. 왜 그곳을 샀을까를 따져보면, 감각적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무조건 투자를 나쁘게 바라봐서는 해답이 없다. 대신 주거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를 사회적으로 해석해서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주거를 제공해야 하는 계층에는 정부가 공공임대나 국민임대 형태로 하고, 민간 시장과는 구별하면 된다. 서울 강남에 30평대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부동산에 가치평가를 한다는 게 무엇인가.

“흔히 뉴스에서는 강남권 평균가격, 중위가격, 6억원 돌파 등등의 제목으로 기사가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만 봐서는 시사점을 못 준다. 오른 게 비싼지 싼지 알 수가 없다. 금액 대신 비율(%)로 이야기하면 달라진다. 4년 전에 10억원 주고 산 집이 15억원이 되었다고 하면 50% 상승이다, 5억원 하는 집이 7억5000만원이 되어도 50% 상승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5억원이 오른 것에 더 열광한다. 수익률이 높은 게 더 좋은 것인데 이런 점은 간과한다. 상승률보다 상승액에 매몰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관점에서 집을 바라보려면 가치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조짐이 있나.

“요즘의 20∼30대를 보면 경제관이 다르다. 재산이 아니라 자산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이다. 적당한 부채가 있어야 자산이 늘어나는 데 부채도 없지만 부채를 내기가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산증가율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자산상승률을 보면 경제 활동이 줄어드는 50∼70대보다 오히려 경제 활동을 하는 30∼40대가 더 느리다. 자산을 사지 않아서 그런 것인데 이 구조가 앞으로 지속하면 미래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걱정된다.”

―부동산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일본 사례다.

“일본 부동산이 한국인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은 25년간 집값이 빠졌다. 빈집이 많은 것도 맞다. 하지만 이것은 지방의 이야기다. 수도권의 빈집이라고 할 때 그 수도권 범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넓다. 서울에 직장과 집이 있는 사람에게 경기도 어디쯤 빈집이 많다고 하면 그것은 크게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은 버블도 굉장했다. 정확한 지표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략 1991년이 정점이었다. 당시 명목가격 기준 도쿄의 26평 주택은 10억원 정도 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1억∼2억원이면 강남에 아파트를 사던 시절이다. 이 같은 차이점을 보지 않고 일본이 단순히 가격이 내렸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한국의 주택 시장은 기업의 참여를 막아왔다. 지난 정부에서 뉴스테이라고 해서 기업형 임대가 시작됐다. 정부마다 이름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결국 이 추세를 이제 막기 어려워질 것 같다. 부동산은 수요가 매우 큰 시장이다. 매매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기업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면 영업용 즉 임대용으로 쓰게 될 것이다. 이게 더 확대되면 기업들은 임대 시장도 진출할 것이다. 최근 부동산 온라인 서비스 등을 보면 처음 방 단위에서 시작해서 사업영역을 아파트로 확장한다. 그리고 중개 서비스까지 넘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다. 일본은 임대주택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자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임대와 중개 시장에 모두 진출했다. 한국도 그런 순서로 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사진=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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