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한 자동차 업계 움직임이 이 두 가지 방향으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생산 차량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기고 있는 중국 내 차량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업체는 현지 증산을 중심으로 한 생산라인 다변화를 검토하는 중이다.
30일 외신·업계에 따르면 독일 업체 BMW는 이날부터 미국에서 생산돼 중국으로 수출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별 소비자 권장가격을 X5는 4%, X6는 7% 각각 인상했다. BMW는 이번 인상의 이유로 미국산 차량에 부과하는 중국의 관세 인상을 언급했다.
중국은 이달 초부터 기존 25% 수입차 관세를 15%까지 내렸다. 다만 미국산 차량의 경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붙인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추가 관세를 매겨 총 40% 관세를 물리고 있다.
BMW는 자사 공장 중 최대 규모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준 이 공장 생산 차량 37만1000대 중 70% 이상이 미국 외 지역에 수출됐다. 이 중 8만1000대가 중국에 팔렸다.
관세장벽에 가격 인상으로 나선 건 BMW만이 아니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모델인 GLE의 가격이 이달 중순부터 조금 인상됐다. GLE 모델은 벤츠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테슬라도 모델 S와 X 등의 가격을 20%가량 올린 바 있다.
가격 인상이 관세 부담을 그대로 소비자에 전가하는 ‘대증요법’이라면 현지 증산은 관세장벽 자체를 우회할 수 있는 대책이라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올해 2분기 경영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의 수입차 고율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SUV의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SUV 중심으로 미국 시장 판매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미국 관세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기준 현대차의 SUV 차량 판매실적은 전년 동월대비 37%나 증가했다. 월간 판매량 기준 최초로 3만대를 넘었으며, 4개월 연속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이달 초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SUV 차량인 4세대 신형 싼타페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앨라배마 공장은 싼타페를 포함해 세단인 아반떼, 쏘나타 총 3개 차종을 생산 중이다.
기아자동차도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대응책으로 현지 증산 구상을 밝혔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미국 수입차 관세 25% 부과 시 미국 수출 물량의 타 지역 전환과 미국 공장 생산량 극대화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글로벌 업체도 마찬가지다. BMW는 이달 초 합작회사인 BMW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를 통한 중국 현지 공장 증산을 포함한 장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 현재 45만대 수준인 현지 연간 생산량을 내년까지 52만대로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테슬라도 최근 상하이시정부와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예비 합의를 도출했다. 이 공장은 전기차 연간 50만대 생산 규모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10만3000대였고 이 중 15% 정도가 중국 판매분이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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