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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칼럼] ‘소득주도성장’ 구호에 갇힌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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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9 23:26:36 수정 : 2018-07-29 23: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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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투자·고용 위축 / 무역전쟁 겹쳐 기업들 내우외환 / 인위적 부양책, 성장동력 안 돼 / 정책·구호 분리 경제틀 다시 짜야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정부, 아직도 정치적 구호를 경제정책과 혼동하고 있다. 1인당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소득주도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청사진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구호다. 올해 16.4%, 내년 10.9% 인상키로 한 최저임금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추가 고용은 줄어들게 된다.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일하는 시간을 나눠 추가 고용을 유도하더라도, 1인당 근무시간 축소로 인해 1인당 소득은 결국 하락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최저임금 기준을 급격히 올리고 있으나,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자영업자의 부담만 가중시키게 되므로 폐업하거나 신규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대기업 때리기 정책과 보유세 등 증세 정책은 투자와 고용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게 된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우리 수출기업 입장에서 최악인 국제환경 하에서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정책이 강행되고 있다는 점은 설상가상이다.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보복 정책은 우리 주력 수출기업의 비용으로 직결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약값 정책 자율성 포기를 확인해 버렸고, 환율정책 자율성까지 후속조치로 포기당했다. 중국은 제조 2025정책을 본격 진행해 우리 산업 경쟁력을 급속히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계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어 투자와 고용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모태가 된 포스트 케인지언의 ‘임금주도성장론’은 근로자 임금 상승이 기업의 신규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를 중시한다. 결국 기업의 역할 중요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론에는 대기업·중소기업의 이익은 고용인을 위해 희생당해도 된다는 마르크스적 철학이 접목돼 있다. 성장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기업을 배척하는 것이 어찌 성장과 고용 증대를 가져온다는 말인가. 기업에 비정규직을 없애고 일자리를 나눌 것을 강요함으로써 인위적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더 큰 일자리 감소요인으로 돌아오게 됨은 상식적이다. 내우외환에 글로벌 기업경영의 핵심인 자율경영 체제까지 박탈당하는데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을 기업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공무원 수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예산 부담의 한계가 있고, 규제의 총량만 늘리게 된다.

지금 국제환경은 포스트 케인지언 시대와 확연히 다르다. 글로벌 개방경제 시대에 국내 근로자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주로 수입품 소비가 증가한다면 국산품에 대한 유효수요는 별로 증가하지 않게 된다. 물가 상승으로 국산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 악화되는데 유효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국내총생산과 고용률은 오히려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가 개입해 시장의 생산, 소비 주체 자체에 영향을 가하는 정책은 성공한 사례조차 거의 없다. 일본의 경우 1930년대 2200만명의 저소득층에게 3조3000억원의 바우처를 정부가 뿌려 댔으나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생산성만 떨어지는 결과를 경험한 바 있다. 무역규모가 1조달러에 이르고 80% 이상의 대외무역 의존도를 지닌 글로벌 한국경제에 인위적으로 근로자에게 돈을 뿌리려는 정책이 어떻게 국내 기업의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져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겠는가.

벌써 정부는 3% 경제성장 포기 선언을 했고, 32만명 취업자 증가 폭은 18만명으로 축소조정했다. 취업자 기준을 인위적으로 낮춰 통계상 취업률을 높게 실현하려는 편법 정책도 총동원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자신이 만든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는 야당에 협치내각을 제안하고, 뒤늦게 대기업 기 살리기 신호를 보내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투자와 고용의 펀더맨털이 개선되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구호와 정책을 구분해 처음부터 경제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기업이 임금과 배당을 늘리면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이 실패하자 부동산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어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만 올려버린 ‘초이노믹스’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말이다.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정부도 결국 ‘소득주도성장’의 거품만 퍼뜨리고, 또 무슨 후속 카드를 꺼내들 것인가.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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