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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숙제 뭐야?"…'학교 알림장 앱'의 역설

입력 : 2018-07-27 19:26:32 수정 : 2018-07-27 20: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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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숙제 ‘깜빡’… 부모 의존도 높여 / 학교 준비물 대신 챙겨주기 일쑤 / 아이 “엄마 내 과제 뭐야” 되묻기도 / 주도적 학습능력 키울 기회 뺏어

 

“엄마, 나 오늘 숙제랑 준비물 뭐야?”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A(36·여)씨가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A씨는 올해 초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워킹맘’에게 자녀가 놓칠 수 있는 공지사항이나 가정통신문 등을 업로드해주는 알림장앱은 꽤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학기가 끝난 지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이가 부모에게 숙제나 준비물을 묻는 게 맞는 걸까.

요즘 일선 초등학교들에서는 알림장 앱이 수기 알림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아이가 알림장을 잘못 쓰거나 공지를 놓치는 등의 실수를 방지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반면에 자녀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학부모에게 알림이 전달되면서 종이 알림장의 순기능이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들의 학교 알림장이 ‘엄마 알림장’이 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27일 구글스토어에 ‘알림장’이란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30여개의 앱이 등장한다. 가장 높은 순위의 앱 사용자는 400만명이 훌쩍 넘는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기업 와이즈앱이 지난 3월 인기순위 상위 3개의 알립장앱 사용자를 조사한 결과 1위 앱과 3위 앱의 30·40대 여성 가입률은 69.8%, 68.5%씩이었다. 반면 10대 사용자는 각각 8.4%와 4.7%에 불과했다. 2위 앱은 10대 이용자 가입률이 34.6%로 비교적 높지만 여전히 30·40대 여성 사용자 46.8%보다는 낮은 수치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키즈폰이 있어도 앱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용자 대부분이 학부모인 탓에 알림장 앱은 자녀의 숙제를 ‘엄마 숙제’로 만들기도 한다. 학부모가 앱에 올라온 숙제를 본 이상 숙제를 도와주거나 최소한 자녀가 숙제를 잘 하고 있는지 간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것과 도움을 받아야 할 숙제를 직접 선별할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교사가 아예 자녀의 숙제를 도와주라는 공지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알림장 앱이 학생의 자기주도능력 신장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이 알고 있어야 하거나 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내용을 직접 적지 않고 숙제와 준비물 등이 무엇인지 되묻게 되면, 결과적으로 부모에게 더 의존하게 된다. 경기 안산시의 한 초등학교 김모(31) 교사는 “아이가 학교 일정을 스스로 보고 판단하는 건 주체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알림장 앱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수기 알림장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진숙 서울교육대 교수(국어교육)는 “매체 환경이 바뀌어 알림장 앱을 쓰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도 “아이가 알림장을 스스로 쓰면 자기주도능력은 틀림없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수(교육학)는 “워킹맘 시대에 알림장 앱은 편리하긴 하지만 기술을 오용해서는 안 된다”며 “알림장 앱은 보조적으로 이용하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끔 안내와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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