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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서사 ‘마스터스 오브 로마’ 완결판과 만나다

입력 : 2018-07-28 03:00:00 수정 : 2018-07-27 20: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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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에서 집필까지 30년/콜린 매컬로의 평생 역작/시리즈 마지막편 국내 출간
콜린 매컬로 지음/강선재, 신봉아, 이은주, 홍정인 옮김/교유서가/4만5000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전 3권/콜린 매컬로 지음/강선재, 신봉아, 이은주, 홍정인 옮김/교유서가/4만5000원


안토니우스는 생각했다. “나는 클레오파트라가 엮은 거미줄에 꼼짝없이 붙잡혔다. 내가 권력을 잡으려는 시도를 그만두지 않는 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어느 정도는 우리 둘 다 같은 것을 원한다. 다름 아닌 옥타비아누스의 파멸. 그러나 그녀는 훨씬 더 나가 로마 자체를 무너뜨리려 한다. 나는 그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녀를 저지할 수 없다. 때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주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공동 지휘권도 포함해서….” 막다른 선택에 몰린 안토니우스의 독백이다.

독서 삼매 계절에 시간이 아깝지 않은 소설책이 나왔다. 한여름밤의 꿈과도 같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역사적 사랑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사랑과 죽음, 정치와 음모의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로마사의 장대한 흐름을 이해하고 적잖은 시사점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의 흥미로움과 역사의 진중함, 서정적 문체를 겸비한 필자의 필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서재에서 지도를 그리고 있는 호주 출신 작가 콜린 매컬로(Colleen McCullough).
지은이는 3000만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1937∼2015). 그녀가 여생을 걸고 써내려 간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전 3권)이 국내 출간되었다. 자료 수집, 고증, 집필까지 30여년을 쏟아부었다. 저자는 이 때문에 시력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원래 카이사르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6부에 끝내려 했다. 하지만 전 세계 독자들의 요청으로 이번 작품(7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소설의 무대는 카이사르라는 영웅이 사라진 로마. 나약하지만 인간적인 안토니우스와 교활하지만 착한 의지를 가진 옥타비아누스 두 사람의 10여년에 걸친 패권 대결이 벌어진다. 늙어가는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와의 동맹과 애정에 힘입어 가망 없는 싸움에 나선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의 친자식 카이사리온의 죽음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이어 또 하나의 비극이었다. 승리는 젊음과 끈기를 지닌 자에게 돌아갔다. 옥타비아누스는 마침내 ‘아우구스투스’로서 패권을 차지하고 로마 전성 시대를 열어젖힌다.

남태평양 노퍽섬에 정착한 매컬로의 글은 박진감 있는 필체로 유명하다.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독자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사… 작가는 심혈을 기울여 소소한 인물들까지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꼼꼼한 고증이 사실감을 더해준다. 비록 오래되고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관점을 부여한다.

저자 콜린 매컬로는 총 7부 22권짜리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통해 로마 제국주의의 부패와 타락을 고발하면서, 주인공 카이사르를 조명해 현대의 새로운 지도자상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클레오파트라’의 한 장면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터무니없이 낮았던 당대의 역사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매컬로는 스스로의 삶을 당당하게 주도하려 했던 여성 캐릭터들을 꾸준히 등장시켰다. 클레오파트라가 주축을 이루는 7부에서 이러한 요소가 한층 더 부각된다.”

이 소설은 일본 제국주의의 잘못된 역사관을 피력해 비판받았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비교된다. 20여년 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한국에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은 신자유주의였다. 소련 블록이 무너지고 자본주의 물결이 지구 전역을 휩쓸던 시기 로마 제국주의의 성공은 배울 점이 많은 사례로 여겨졌다. 당시 로마인 이야기는 전 세계 CEO를 위한 맞춤식 다이제스트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IMF 위기, 끝이 안 보이는 저성장의 터널, 청년실업, 사회 양극화 등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드러나는 요즘, ‘로마인 이야기’는 더 이상 교훈적 가치가 없다.(김경현 고려대 교수 분석)

요즘 상황에서 오히려 매컬로가 던지는 문제의식이 더 어울린다. 매컬로는 제국주의의 과실을 독식하고, ‘그들만의 리그’에 몰두하는 로마의 수구 세력을 적대감에 가까운 시선으로 묘사한다. 그들은 사치스럽고 타락한 자들이며, 인류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나 애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에 비해 마리우스나 카이사르 같은 지배자들은 인민 친화적이며, 로마의 장래를 우려하는 진정한 애국자들이었다. 구제 불능의 구체제와 타락한 소수의 수구 세력을 무너뜨리는 대안적 지도자란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매컬로 시리즈의 매력이다.

저자는 소설 말미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지도자상을 ‘마스터스 오브 로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컬로가 평생 써온 전 22권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2015년부터 교유서가에서 차례대로 출간되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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