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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조몬시대·동남아 관계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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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5 21:24:51 수정 : 2018-07-25 21: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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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화로 영향력 확대… 한국도 중요성 인식해야 지난 21일 도쿄국립박물관 매표소 앞은 개관 시간 전부터 조몬(繩文) 특별전을 보기 위한 관람객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지난 3일부터 9월2일까지 ‘일본 미(美)의 원점, 1만년 미의 고동(鼓動)’이라는 주제로 조몬 특별전을 개최한다. 조몬시대는 기원전 1만3000년부터 기원전 300년까지의 중석기, 신석기 시대를 말한다.

최근 일본에서 조몬시대를 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일본 NHK 교양프로그램은 지난해 핵DNA를 분석한 결과, 현대 일본인의 DNA정보 중 20%를 조몬인에게서 물려받았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특히 조몬인과 동남아시아와의 관련성을 강조함으로써 일본과 동남아의 연계성이 은연중 부각되는 것이 큰 흐름이다.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달 조몬시대 여성 유골의 게놈(유전자정보)을 분석해 보니 8000년 전 라오스 유적, 4000년 전 말레이시아 유적에서 발견된 유골의 게놈과 유사하다는 결과를 잇따라 보도하면서 일본인의 동남아 유래론을 전했다.

일본이 동남아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지향점이 읽힌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확대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2020년까지 50만명을 받아들인다는 일본의 신외국인노동자정책의 주 대상도 동남아 출신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출신을 중심으로 개호(介護·간병) 인력 1만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일본이 야마토(大和) 단일민족론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다양한 뿌리의 융합에 초점을 둔 새로운 시대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외적으로는 남진을 의미한다. 과거 일본은 만주 공략에 앞서 만선사관(滿鮮史觀)을 내세웠다. 역사적으로 만주와 조선의 역사는 분리할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주장을 앞세워 만주에 대한 일본의 지배가 불가피하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동남아와의 연고를 고고학적, 생물학적으로 부각하는 움직임을 과거 제국주의 사관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향후 동남아를 중심으로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동북아에서 일본의 입지 확대는 한계에 직면한 측면이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새로운 남진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동·남중국해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동중국해에서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있고, 남중국해에서는 자유항해 문제로 갈등이 있다. 동남아를 하나로 묶어 대응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합종(合縱)과 이를 각개격파하려는 중국의 연횡(連橫)이 충돌하는 지점이 동남아이기도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3년 취임 후 동남아의 우군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구심점인 일왕이 베트남을, 왕세자가 말레이시아를 찾아 동남아에서 일본의 우호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일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학계나 방송의 동남아 강조는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 내의 대(對)동남아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동남아는 중·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지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을 전개하면서 과거 정부보다 힘을 쏟는 분위기다. 다만 사회 전반적으로 동남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동남아에 정서적, 감정적으로 다가서는 일본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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