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3일(현지시간) 제공한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위성사진으로 전날 촬영된 것. 38노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들을 판독한 결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북한이 동창리 시설의 해체에 착수했다면 비핵화 과정에서 작지만 중대한 조처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 시설 해체 과정에서 외국의 참관단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향후 북·미 간 본격적인 협상에 대비한 치밀한 전략의 일환으로 워싱턴 외교가는 보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사찰과 검증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시설 등을 일방적으로 해체하는 방식으로 선수를 친 셈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비핵화 조치와 거리가 있는 미사일 시설만 폐기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진척을 위한 체제보장 조치의 하나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에 대한 동의를 요구했다는 CNN 보도가 나오자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구축’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동창리 발사장 폐쇄, 미군 유해 송환과 함께 북·미 간 워킹그룹 회담이 시작되면 비핵화와 체제보장 순서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날 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표명을 통해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의 장에 북한이 나오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4일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징조이고 비핵화를 위해 차곡차곡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38노스와는 별도로 한·미 간에 (발사장 해체를) 파악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보당국 관계자도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발사대 해체와 관련해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식별됐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박성준·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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