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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기온 오를 때마다 목이 바짝"…날씨 예보관 '고군분투'

입력 : 2018-07-23 19:39:38 수정 : 2018-07-23 22: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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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기상센터 가보니 / 매일 오후 2시 낮 예보 분석회의 / “국지적 소나기 가능성” 의견에 / “강한 고기압 못뚫어” 토론 치열 / 세계 최고수준 유럽 프로그램도 / 최악의 폭염 앞에선 종종 ‘헛발’/ “낮밤 안가리는 더위 끝났으면…”
“24일 고기압 수렴대가 강원 남부쪽에서 형성돼 있고, 단열선도(여러 기상요소를 대기 고도별로 나타낸 것)를 보면 강원 남부와 경북 북부에 충분히 소나기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희는 의견이 좀 다릅니다. 지금 700h㎩(헥토파스칼·지상 3㎞)를 보면 온도가 높아 대류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내일 강수 가능성은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산간지역에만 가능합니다. 그마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 오후 2시가 되자 기상청 곳곳에 흩어져 있던 직원들이 낮 예보분석 토의를 하러 하나둘 모여든다.
최종 예보문구를 쓰는 현업 예보관은 5명이지만 예보분석팀, 생산체계전 문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 등 ‘참모진’을 포함해 대변인실, 레이더팀 등 예보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이들까지 20∼30명이 회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날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소나기였다. ‘최악의 폭염’을 잠재울 유일한 희망은 비뿐이어서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실황을 감시하는 총괄예보관과 원인 분석에 치중하는 TF팀의 의견이 맞섰다.
이현수 총괄예보관은 24일 ‘소나기가 온다’에 손을 들었다.

“24일 경상남북도와 서울 내륙에 36∼37도의 고온이 예상되는 반면, 500h㎩(약 6㎞ 상공)은 영하 3도로 예상됩니다. 상하층 간 온도차가 40도 정도 나기 때문에 광범위하진 않더라도 강원 남부나 경북 내륙이 소낙성 강수가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상은 TF팀장은 ‘소나기가 안 온다’ 편이다.

“700h㎩의 온도가 높아 대류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 저지선을 뚫으려면 중부지방은 40도를 넘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나요?”

그러자 이 예보관은 “최근 단열선도를 보면, 중간 고도에 (대류를) 억제하는 곳이 있어도 불안정이 일어났다”며 “지상 기온이 얼마 올라가느냐에 따라 지역적 소나기는 가능하다”고 재반박했다.

예보분석팀에서도 의견을 냈다. 최근 상황과 유사한 2012년 7월 26일과 29일 일기도를 근거로 26일 새벽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약한 비가 내릴 것 같다는 전망이었다. 이번에도 TF팀은 이견을 내놨다. 현재 한반도 고기압은 전례 없이 견고하기 때문에 과거 유사 사례를 그대로 대입하기엔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하늘에다 대고 뭐라도 물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구름은 말없이 흘러갈 뿐이다.

요즘처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날씨에 쏠려 있을 때는 수은주가 1도, 2도 오를 때마다 예보관들은 목이 바짝바짝 탄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유럽 ECMWF 모델과 영국 UM모델을 기상예보 프로그램으로 쓰지만, 올여름처럼 연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우는 상황에서는 예보모델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

서울 등 곳곳에서 ‘낮 같은 아침’이 펼쳐진 23일도 그랬다. 이날 모델들은 서울 아침 최저기온을 26도로 예상했다. 예보분석 토의를 거쳐 27도로 수정했지만, 실제 기온은 그보다 2도 이상 높았다.

유희동 예보국장은 “예보모델이 20일 넘게 계속 온도를 너무 낮게 예측하고 있다”며 “하지만 29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라 선뜻 ‘최저기온 29도’라고 예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강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예보관들도 조만간 기온이 낮밤 가릴 것 없이 또 한 번 치솟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 인천, 통영을 보면 해상 수온이 30도에 도달했습니다. 지금 가이던스(예보모델 초기값)는 온도가 유지되거나 점차 내려갈 걸로 보는데, 실제로는 기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한 팀장)

“저도 기온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구름이 걷히면서 24일 한낮 온도가 상당히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요, 25일 새벽에는 낮은 구름이 끼어 무시 못할 정도로 높은 최저기온이 예상됩니다.”(이 총괄예보관)

“지금 모델 최고 기온이 몇 도죠?”(정관영 예보정책과장)

“36도입니다.”(이 총괄예보관)

“더 올려야 될 것 같은데….”(정 과장)

“37도? 38도?”(이 총괄예보관)

“2도 이상 올려야 될걸요.”(정 과장)

약 50분에 걸친 치열한 토론은 약 2시간 뒤 오후 통보문에 실려 발표됐다. 비는 국지적으로만 내리고, 기온은 또 한번 최고기록을 세울 것으로 정리됐다.

“어휴, 더위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토론을 마치고 나온 한 예보관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다. 바야흐로 모두에게 괴로운 한여름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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